[다산 칼럼] 역병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
지난 5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병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90일 이내에 보고하라고 정보기관들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에 할 구체적 질문들을 포함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일은 이례적이어서, 그 함의들을 음미할 만하다. 인류를 위협하는 역병에 관한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역병이 발생한 지 두 해가 돼가는데도 역병 바이러스의 기원조차 밝히지 못한 것은 물론 모든 것을 감추고 억지를 부리는 중국의 부도덕한 행태 때문이다. 강성한 중국을 움직일 길이 없으니, 논란만 이어진다.

역병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선 처음부터 두 가설이 맞섰다. 하나는 동물에게서 옮았다는 가설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이다. 처음엔 전자가 우세했다. 중국의 기세가 워낙 흉흉했고, 중국과 관련이 있는 미국 과학자들이 후자를 ‘음모론’이라고 비난한 덕분이다.

그러나 작년 겨울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결정적 계기는 오스트리아 생물학자의 뛰어난 논문이었다. 역병 바이러스(SARS-CoV-2)는 박쥐 바이러스와 천산갑 바이러스의 키메라(chimera)다. (키메라는 서로 다른 유전자를 함께 지닌 개체를 뜻한다. 그리스 신화의 괴수에 빗댄 말이다.) 따라서 자연 환경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 나왔을 수도 있고 바이러스의 유전자들을 조작하는 연구소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전자가 맞다면 역병 바이러스와 아주 가까운 바이러스를 지닌 동물이 존재해야 하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유전자 재조합이 자연적으로 나오려면 천산갑의 특정 개체의 특정 세포들에서 두 바이러스가 함께 있어야 한다. 천산갑은 워낙 드문 종이라서, 그럴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없다.

역병 바이러스가 지닌 천산갑 유전자는 박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하는 것을 돕는다. 박쥐 바이러스가 쉽게 인간에게 침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인위적 재조합에 쓰였으리라는 추론이 나온다. 게다가 유출원으로 지목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WIV)’는 중국군의 생물학 무기를 개발해온 연구소라서 연구 목적에도 맞는다.

바이든의 발표는 미국이 WIV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증거를 이미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90일 시한’을 제시하는 것은 무모하다. 이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의 투쟁이 도덕적 차원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만일 중국이 처음부터 알고도 거짓말을 하고 조사를 막았다는 증거가 드러나면, 중국이 입을 도덕적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발표는 국내 정치적 차원도 지녔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예산으로 WIV 연구를 지원해왔다. 미국이 정부 예산으로 중국군의 생물학 무기 개발을 지원해 인류 재앙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지원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주로 이뤄졌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으로선 대비해야 할 약점이다.

반면에 공화당은 이 일에선 처지가 유리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상을 파악하자 NIH의 중국 지원을 끊었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들고일어나 그 예산은 부활했다.) 그리고 WIV를 발원지로 지목했다. 신문들도 이념적으로 나뉘었으니, 우파 워싱턴타임스는 WIV가 중국군 생물학 무기 개발 기관임을 알리는 대담 기사를 초기에 실었고, 좌파 워싱턴포스트는 맨 먼저 중국의 잘못을 지적한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을 ‘바보’로 만드는 데 열중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이 코튼 의원이다. 그는 자신을 음모론 신봉자로 폄하하는 언론에 명쾌한 논리로 대처하면서 미국을 위협한 재앙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의 방안은 적군의 생물학 무기 공격에 노출된 군대를 이끄는 야전사령관의 작전 명령처럼 읽힌다.

실제로 그는 육군 대위로 해외 전선에서 복무했고 동성훈장을 받았다. 처음부터 중국의 책임을 묻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주장한 터라서, 이번 일로 그가 정치적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얘기가 일찍부터 나왔다. 우리로선 꼭 친구로 삼아야 할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