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4%.’ 지난 9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10대 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이 차지한 비중이다. 이들 그룹의 주가는 국내 증시의 색깔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10대 그룹주 시총도 다이내믹하게 움직였다. 포스코와 한화의 약진, 삼성과 롯데의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변신, 탈(脫)탄소, 리오프닝(경기 재개) 등이다.

11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그룹 중 지난해 12월 31일 대비 이달 9일까지 시총 증가율 1위 그룹은 포스코였다. 이 기간 시총이 35조407억원에서 46조7443억원으로 33.4% 늘었다. 한화(28.80%) SK(23.03%) 현대자동차(22.66%) 등이 뒤를 이었다.

과감한 신사업 투자를 통한 변신, 100년 갈 트렌드로 불리는 탈탄소 노력, 이를 시장에서 인정받은 스토리텔링,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수혜 기대 등이 시총 등락을 좌우했다는 평가다.
미래산업·脫탄소·스토리…10대 그룹株 명암 갈랐다
굴뚝의 상징이던 포스코그룹은 올 들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과감한 저탄소 기술 투자로 ‘굴뚝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미래 먹거리를 제시한 게 시총을 끌어올렸다. 포스코강판(348.28%) 포스코(24.26%) 포스코엠텍(96.31%) 등은 리오프닝 수혜 효과도 누렸다. 한화그룹은 암호화폐, 항공우주, 신재생에너지를 앞세워 시총 상승률 2위에 올랐다. 모두 미래라는 키워드와 맞닿은 산업이다. SK그룹은 잇단 계열사 상장을 통해 시총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 여부가 10대 그룹 시총의 운명을 갈랐다”며 “‘미래에 성장할 산업을 얼마나 잘 일궈나가고 있는가,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는가’가 각 그룹 시총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대 그룹 중 시총 증가율 꼴찌는 삼성(0.26%)이었다. 10대 그룹 중 시총 규모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총이 각각 13.92%, 10.73% 뛰어오른 걸 고려하면 사실상 뒷걸음질 친 셈이다.

구은서/박재원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