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버그 트라우리그(GT)는 지난 2017년 미국 법률전문매체 '로360(Law360)'으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큰 로펌(변호사 수 기준)으로 선정됐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전세계 40여개 사무소에 2200여명의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국내 진출한 해외 로펌 중에서는 흔치 않게 미국 기업 법무 중심지인 델라웨어에도 사무실을 뒀다.
GT는 전통적으로 국재분쟁(Dispute)에 강점을 지닌 로펌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자문 등 기업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법률계의 '팔방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에는 서울 광화문에 사무소를 열며 한국에도 진출했다.
GT 서울사무소는 김창주 대표를 비롯, 최동두·여장혁·황은상 파트너와 신양호 변호사 등 5명의 상주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GT는 '원 펌 원 팀'(One Firm One team)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GT의 경쟁력으로 '효율적 의사결정'을 꼽았다. 우선 다른 로펌보다 파트너변호사 수가 많은 편이다. 서울사무소만 해도 3명의 파트너가 각 분야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고객이 실무자에게 연락하면, 실무자가 중간 보고 과정을 거쳐 파트너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비효율적 업무 프로세스를 지양한다. 여장혁 파트너는 "의사결정과 실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실무까지 책임질 수 있는 파트너들을 많이 배치해 시간 낭비를 줄이고 성과를 최대화하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지사와의 직접적인 소통도 의사결정을 효율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서울사무소는 리처드 에들린 GT 부회장 직속으로 운영된다. 리처드 부회장은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최동두 파트너는 "미국에만 30개에 달하는 사무소가 있고, 뉴욕을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업무가 돌아간다"며 "지역마다 따로 떨어져 움직이는 다른 로펌들에 비하면 성과가 좋은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GT는 서울 사무소를 전략적 로케이션으로 보고 있다. 파트너의 면면도 화려하다. 2018년에는 영국 대법원 핵심 판례에서도 인용된 국제중재 및 분쟁 업무 전문가 최동두 변호사가 담당 파트너로 합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클리어리고틀립 출신 자본 시장(IPO, 채권발행) 전문가 황은상 파트너가 힘을 보탰다. 또 지난 4월에는 클리어리고틀립과 광장에서 M&A거래 경험이 풍부한 여장혁 파트너가 서울사무소 일원이 됐다. 여 파트너는 LG전자의 오스트리아 ZKW 인수, SK의 KCFT(SK넥실리스) 인수, LG전자와 마그나 간 합작법인(JV) 설립 등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GT 서울사무소는 국내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왔다. GT는 지난 2018년 KCC가 SJL파트너스, 원익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미국 실리콘 회사 모멘티브를 인수할 때 인수 측 자문을 맡았다. 거래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하이브의 IPO 과정을 도와 공모주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한국가스공사가 3억 스위스프랑(약 3600억원)의 채권을 국내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하는 것을 도와 업계 주목을 받았다.
GT는 앞으로 한국에 진출한 국제 로펌들 사이에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 세대 로펌들이 딜의 규모나 숫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은상 파트너는 "예를 들자면 소송 분야는 '마진'은 높지만 언제 나올지 불확실한 거래고, 자본시장이나 M&A 분야는 규모는 크더라도 마진은 적다"며 "이런 다양한 분야들을 엮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두 파트너는 "법률 분야에서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