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왼쪽 사진)와 라면이 진열된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및 뉴스1
우유(왼쪽 사진)와 라면이 진열된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및 뉴스1
지난해 말부터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망설이는 품목을 꼽으라면 우유와 라면이다. 각각 '완전식품·필수식품'과 '서민식품 대명사'라는 인식이 워낙 강한 탓이다.

수년째 가격을 동결한 사이 원재료값 상승으로 가격인상 압력이 크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분위기다. 몇 년에 한 번씩 가격을 올려도 대중적 체감도가 높은 탓에 기업들은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각 업계 1위인 서울우유와 농심이 가격인상 '총대'를 메길 바라며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음달 원유 가격 L당 21원 인상…누가 먼저 올리나

좀 더 빠른 가격인상 가능성이 예견되는 것은 우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유 원유 값은 다음달 1일부터 L당 기존 926원에서 947원으로 2.3%(21원) 인상된다.

낙농진흥회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원유 가격 인상을 1년 유예, 올해 인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유 전체 재료 가격에서 원유 비중이 절반 수준이라 절대적인 만큼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제품 업계는 "저출산 여파로 수년간 우유 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급식용 우유 공급이 타격을 입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가 인상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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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원유값 인상 후 한두 달가량 시간차를 두고 소비자가격도 조정되는 흐름을 보인 만큼 하반기 가격인상이 점쳐진다. 유제품 업계 가격 인상은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원유 가격이 4원 인상되면서 서울우유 등 유가공업체들은 우유 소비자가격을 4% 정도 올렸다.

그러나 유제품 업체들은 인상분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먹거리 가격인상 행렬에 우유까지 가세하면 소비자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 통상 한 업체가 총대를 메면 동종업계 가격인상이 뒤따르는 만큼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유제품 업체들이 1위 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을 주목하는 이유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원유 가격인상이 다음달부터 반영되는 만큼 가격인상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관련 제품들 가격 릴레이 인상을 수반한다. 우유가 주 재료인 아이스크림, 빵 등 먹거리 뿐 아니라 우유 사용 비중이 높은 커피 전문점 등도 후속 인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서민 먹거리' 라면…원재료 밀가루·팜유값 모두 '쑥'

원재료값 상승 부담이 높은 라면도 가격인상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하반기 라면값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라면업계 역시 관건은 '누가 먼저 총대를 메느냐'다.

앞서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제빵업계와 가정간편식(HMR) 면류 가격이 올랐지만 라면은 소비자 저항을 우려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2016년 12월 이후 5년째 제품 가격이 제자리다. 삼양식품도 2017년 5월 이후 라면값을 동결했다. 오뚜기의 경우 2008년 4월 이후 올해 13년 만에 진라면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결국 번복해야 했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크게 뛰어 제품 가격인상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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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 가격이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업체 매입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심화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소맥과 팜유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 71% 뛰었다. 지난해 농심의 원부재료 매입액에서 소맥분, 팜유 등 주요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가 상승 부담으로 인해 올해 라면업계의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다. 라면 시장에서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점유율이 안정화되면서 기업간 출혈 경쟁이 잦아든 점도 가격인상 요인으로 꼽힌다"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