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세계 미술시장에서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이용한 미술품 거래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NFT 미술작품 전시가 부쩍 늘었다. 서울 청담동 MCM하우스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 전병삼의 NFT 작품 207점을 선보이는 개인전 ‘루미네이션: 네이션즈 인 메타버스’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유엔에 정식 등록된 193개 국가의 국기를 편집해 추상적인 줄무늬 영상 작품으로 제작했다.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판화’이고, ‘원본’은 메타버스 안에 있는 NFT 형식의 동영상 파일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아예 온라인으로만 열리는 NFT 작품 전시도 있다.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프린트베이커리는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크립토복셀’에서 가상의 섬을 구매하고 이곳에 3층 규모의 갤러리를 열었다. 올 상반기 동안 총 200만달러 상당(12점)의 NFT 작품을 판매한 미스터미상, 3D아티스트 김그륜 등 작가 27명이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디지털 이미지 또는 영상 형태로 작품을 발표해오던 작가들은 NFT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1999 코디 최+NFT’ 전시를 열고 있는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코디 최(60)가 대표적이다. 그는 1999년부터 이미지 파일들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뒤 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최 작가는 “오랜 세월 디지털 아트를 해왔는데 그동안 작품 판매는 물론 전시하기도 어려웠다”며 “NFT 시장이 열리면서 디지털 작품의 진본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NFT 시장에 낀 거품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최 작가의 경고다. 그는 “최근 NFT 형태의 작품을 보면 상당수는 미학적 토대가 결여돼 있다”며 “가상화폐 급등으로 NFT 작품의 가격이 뛰면서 많은 젊은 작가들이 현혹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창작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미학적 고민 없이 돈만 좇다 보면 NFT 시장과 함께 디지털 아트라는 장르까지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