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이 밀집한 미국 월가에 급여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급여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JP모간체이스 등 경쟁사들이 잇따라 임금을 올리자 자사 직원들의 급여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제임스 에스포지토와 댄 디스는 최근 “경쟁사들의 임금 인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고위 간부는 연말 성과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는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반기를 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FT에 대해 “그런 흐름을 따라가다간 용병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플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만큼의 급여는 고사하고 다른 투자은행의 임금 수준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면 유능한 직원들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 취업사이트인 월스트리트오아시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1년차 애널리스트의 연 수입은 평균 8만6000달러(약 9860만원) 미만 고정연봉(급여)과 3만7500달러(약 4300만원)의 보너스로 이뤄져 있다. 이는 업계 평균(9만1400달러 급여·3만9700달러 보너스)보다 적은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지난주 직원들이 고정연봉 10만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를 2만5000달러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JP모간과 바클레이즈도 지난달 8만5000달러인 급여를 10만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는 올해 초 1년차 급여를 1만달러 높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