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빼기로 결정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하게 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국토부는 이날 “도입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제도의 폐기가 확정됐다.
당초 2년 실거주 의무 부여는 정부가 6·17 대책으로 도입을 추진한 제도다. 재건축 아파트는 집주인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향후 재건축 시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있게 했다. 투기세력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투기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 중인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2년 이상 실거주를 채우지 못할 경우 새 아파트를 못받고 기존 아파트를 현금청산해야 한다. 대책 발표 당시 강도높은 투기 규제안으로 꼽혔지만 국회에서 결국 폐기됐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강남권의 오래된 재건축 단지의 경우 대부분 집주인이 타지에 거주하며 전·월세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2년 거주 의무' 부여는 사실상 재건축 사업의 중단으로 인식돼왔다.
국회에산 작년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법에서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할 경우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되는데, 재건축 2년 실거주 조항이 이같은 거절사유에 해당해 임대차법의 취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나 여당에서도 최근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공유됐다.
토지거래허가제 등 더욱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이 가동 중인 점도 감안됐다. 현재 서울 강남권 등 웬만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실거주하려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 정부는 서울시와 함께 부동산 투기 등 시장 불안이 우려가 있는 곳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안전진단 이후로 대폭 앞당기는 내용의 도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당정이 지난해 '조합원 실거주 의무' 방침이 발표한 뒤 아이러니하게 서울 압구정동 등 초기 재건축 단지의 사업 속도만 올라간 결과를 낳았다. 후속 입법이 추진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등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얻었다. 압구정동에서도 지난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