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부터 '3명 이상' 모임 금지 첫날 한산…"효과 있겠나" 반응도
"오후 6시가 지나서 3명씩 못 앉으십니다. 떨어져 주셔야 해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날인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 오후 6시가 되자 종업원이 카페 안을 쉴새 없이 돌아다니며 '3명 이상'인 테이블을 찾았다.

아내, 지인과 커피를 마시던 김모(63)씨는 "5시 59분에는 3명이 모여도 코로나에 안 걸리고 6시가 되면 걸리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녁이면 청년들로 붐비던 강남역 일대는 이날 한산했다.

문을 닫은 가게는 10곳 중 한두 곳 꼴로 드물기는 했지만, 문을 열었더라도 1∼2개 테이블을 빼면 텅 비어있었다.

거리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심모(69)씨는 "금요일에 거리두기 4단계 한다는 방송 나오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평소면 사람에 치여서 앞으로 가지도 못하는데 오늘은 사람이 아예 없다"고 했다.
'젊음의 거리'로 유명한 홍익대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후 7시께 홍대입구역 인근 한 치킨집에서 몇 안 되는 행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업주 A씨는 "울고 싶은데 이제 눈물이 안 난다"며 "문을 아예 닫을까 생각도 했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을까 싶어 열어는 뒀다"고 말했다.

A씨는 "당장 오늘부터 길거리에 사람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라며 "월세는 이미 몇 달이 밀렸고 종업원을 쓸 형편도 안 돼 딸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다.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는 업소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서 매장 6곳을 운영하는 한 한식 프랜차이즈는 서울 광화문 등에 있는 3개 지점을 점심시간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연남동 등에 매장 3곳을 운영하는 한 카페는 홍대입구역 매장을 주말 3일만 운영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급속히 악화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됐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3인 이상 모임 금지'에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홍대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26)씨는 "솔직히 가혹한 상황이라는 생각은 들고 번화가에 한숨만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며 "고통이 짧게 끝났으면 한다"고 했다.

회사원 서모(27)씨는 "점심시간에는 식당에 사람이 붐비더라"면서 "2명이든 4명이든 어차피 한 가게에 들어가면 거리두기는 안 되지 않냐"고 말했다.

이날부터는 2주 동안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 택시를 타는 것도 퇴근 등 '사적 모임'에 해당하지 않는 특정 상황 외에는 금지된다.

다만 현장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택시기사 권모(63)씨는 "회사의 안내는 받았는데 우리가 승객들이 직장 동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냐"며 난감해했다.

다른 기사 장모(75)씨는 "나는 택시조합에서 '3인 이상' 금지가 아니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금지가 맞는다고 해도 버스·지하철은 빽빽이 타는 상황에서 택시만 규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