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숨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 환자가 늘어난다. 높은 습도로 인해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면서 식중독이나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다. 코로나19로 병원 가는 게 무서워진 요즘,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건강 수칙이 무엇인지, 질환을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여름에 늘어나는 대상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은 주로 여름에 많이 생긴다. 특히 7~9월에 대상포진 진료 환자가 가장 많다는 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석이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우리 몸을 공격한다. 어릴 때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돼 수두 증상을 보인 뒤 바이러스가 신경절로 이동해 잠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 감소와 함께 피부 등에 증상을 일으킨다. 무더위 속 냉방기를 가동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환자가 늘어난다. 대상포진에 주로 걸리는 연령대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 성인이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줄면서 환자가 더 늘었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보통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가려움증, 통증 등을 동반한다. 수포는 2주에 걸쳐 변하는데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 뒤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된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극심하다.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하거나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한다.

대상포진은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첫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각종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치료가 늦으면 수포와 발진이 없어져도 2차 감염이 생기거나 강한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통증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 대상포진 초기 3~4일 정도는 감기몸살처럼 권태감,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을 보인다.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빠른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것도 대상포진 발생률을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내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비타민D가 필요하다. 하루 최소 20분은 햇볕을 쫴 비타민D를 합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여름철 식중독도 조심해야

여름철에는 고온, 습한 날씨로 인해 식중독도 늘어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올해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5년간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전체 발생 건수의 58%(114건), 환자 수의 71%(6357명)가 여름철에 나왔다.

가장 위험한 식중독중 하나는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이다.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걸리는 식중독균이다. 지난해 경기 안산 유치원생 57명이 집단 감염된 바로 그 식중독이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베로톡신 같은 독성 물질로 인해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생긴다. 전염성이 비교적 강하다. 갈아 만든 소고기를 먹을 때 감염되는 환자가 많다. 어린이와 노인은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갑자기 신장 기능이 망가져 환자 절반이 투석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된다. 유아 치사율은 10%, 노인 치사율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인 HUS는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오염된 소고기 분쇄육이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감염돼 햄버거병으로 불리게 됐다.
'여름철 불청객' 대상포진…"하루 20분 햇볕 쬐세요"
비브리오패혈증도 조심해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염증이다. 바다에 사는 이 세균은 소금 농도가 1~3%일 때 가장 잘 번식한다. 덜 익힌 어패류를 먹거나 상처 부위에 바닷물이 닿으면 감염될 수 있다. 지난달 14일에 올해 첫 환자가 발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 간 질환자, 당뇨 환자, 알코올 중독자, 부신피질호르몬제나 항암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 등은 비브리오패혈증에 더 취약하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걸리면 치사율이 30~50%에 달한다. 지난해 비브리오패혈증 확진자 70명 중 25명이 사망했다.

증상은 발열, 오한, 구토, 설사 등이다. 발열 후에는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물집이 잡힌다. 심하면 피부가 괴사하기도 한다. 다리에 부종이 생기거나 멍처럼 검보랏빛 얼룩점이 생기는 것도 비브리오패혈증의 증상이다.

식중독 예방법은 간단하다. 세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없애면 된다. 세균은 섭씨 0~60도에서 잘 번식한다. 음식은 4도 이하로 저장하고 60도 이상 가열해 먹어야 한다. 60도 넘는 온도로 가열해도 죽지 않는 균이 있다.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듐균 등이다. 음식은 가능한 한 조리 직후 먹어야 한다. 손에 상처가 있다면 음식 조리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