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은 질환이라기보다는 노화의 일부다.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의 백내장이 생긴다. 눈 안에 있는 렌즈를 수정체라고 하는데, 단백질로 이뤄진 수정체는 나이가 들면 변하게 된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당뇨가 있거나 눈 안에 염증이 있을 경우 또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거나 눈에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2차적으로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백내장은 시력 검사를 한 뒤 동공을 확대해 현미경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졌는지를 확인해 진단한다. 백내장은 현재로선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항산화작용을 돕는 안약이 있긴 하지만 백내장이 발병한 뒤에는 효과가 없다.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곧바로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편함을 느낄 때 수술받으면 된다. 다만 너무 늦게 하면 수술 난도가 높아지고, 수술 후 회복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수술도 좋지 않다. 인공수정체보다 자신의 원래 수정체가 낫기 때문이다.

백내장 치료는 최근 20년 동안 의학 기술 면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분야다. 20년 전만 해도 수술할 때 눈을 10㎜ 절개했지만, 지금은 2~3㎜면 된다. 수술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시력도 빨리 회복된다.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이며, 수술 후 가장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인 안내염 빈도도 약 0.1%에 불과하다.

각막 망막 시신경 등에 다른 질환이 없다면 수술 후 시력을 백내장 발생 이전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인공수정체는 탄력이 없어 두께를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이게 맞추면 가까운 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수술 후에도 안경이나 돋보기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장단점이 있는 만큼 주치의와 잘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 후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눈 속에 균이 들어가 발생하는 안내염이다. 안내염은 매우 드물지만 심각한 합병증이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술 후 1주일 정도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수술 후 처방받은 안약을 일정 기간 넣어야 한다.

또 안압 상승이나 황반 부종 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 후 다시 백내장이 생긴 것처럼 혼탁해지는 환자도 있다. 이는 수정체가 들어 있던 주머니가 혼탁해진 것이다. 간단한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높아져 백내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백내장은 노화의 한 과정이므로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대부분은 백내장을 그대로 둬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백내장이 있다고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배형원 <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