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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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뒤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여야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송 대표를 지원사격 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13일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해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 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느냐"며 "송 대표로부터 그같은 설명을 잘 들었을 텐데 당으로 복귀하자마자 2030 청년 세대를 배신한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측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번복한 것"이라며 "이 대표의 말 바꾸기 행태의 또 하나의 모습이다. 경솔하고 가벼운 언행으로 비치지 않겠냐"라고 주장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금까지 '침묵'하면서 송 대표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입장은 종전과 같다. 같은 입장에서 추경을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 도전하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양당 대표 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며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한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대표 간 합의를 두고 여야 분위기가 이렇게 갈리는 것은 원내인 송 대표와 원외인 이 대표가 당내 기류를 체감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송 대표는 지난 7일 정책의총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소한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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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의 문화 차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당은 당대표의 리더십이 막강하다. 소속 의원들은 당대표의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 예컨대 지난해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밀어붙이기 전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이낙연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언론에 공언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와 한정애 당시 정책위 의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반대했지만, 이들의 갈등은 수면 위로 노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야당은 다르다. 과거부터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긴장관계를 자주 보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19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임기 연장을 시도했지만, 황 대표가 사실상 막아섰다. 지난 2017년에도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와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도 불협화음이 자주 노출됐다.

이 대표가 새로 당권을 잡은 뒤로는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는 의원은 지금까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적극 지원하는 인사도 없다는 평이다. 예컨대 이 대표가 띄운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의 경우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 무용론이 나올 만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집권해 통일부를 제대로 운영하면 된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안을 가져온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보수의 혁신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은 이 대표를 '식물 상태'로 만들 경우 여론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대표 간 합의에 반발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어제 여야 당 대표 합의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제왕적 당 대표'라고 이 대표를 공격했다"며 "여야 당 대표 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 간 틈새를 노리는 모습도 보였다. 송 대표는 이날 SNS에 "어제 합의 후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큰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결단을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조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