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으냐는 말도 있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 체제가 아니었으니까요.”

거래대금 기준 5위권 암호화폐거래소 ‘프로비트’를 운영하는 도현수 오션스 대표(사진)의 주장이다. 도 대표는 14년 동안 금융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암호화폐거래소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으며 접한 블록체인 기술에 흥미를 느꼈고, 서울대 공대 1년 선배인 우상철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개발하던 프로비트에 2018년 합류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은행을 확보하고 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비트를 포함한 대다수 업체가 은행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래전 은행과 제휴를 맺어둔 4대 거래소는 계약 연장이 유력한 분위기다. 딱 네 곳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도 대표는 후발주자의 대규모 폐업을 사실상 유도하고 있는 정부 기조에 대해 “규제의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의 신고, 등록, 인허가 등은 요건이 명확하고 탈락해도 이유를 알 수 있다”며 “법과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다 갖췄어도 은행이 ‘싫다’고 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에 떠넘겼고, 은행들은 책임질 일을 하기 싫어 제휴를 꺼린다는 것이다.

도 대표는 “제대로 경쟁해보고 밀리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거래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인데, 실명계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거래소와 코인 개발업체들이 난립하는 과정에서 문제도 많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마치 4대 거래소가 아니면 불안하거나 곧 사라질 업체인 것처럼 도매금으로 묶여 의심받고 있다”고 했다. “정작 해킹사고가 터진 곳은 대형 거래소”라고도 했다. 최근 4대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90%대로 치솟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