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1000만분의 1 이하 전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레이저 원천기술이 한국과 호주 공동 연구로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박홍규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호주국립대와 함께 ‘초저전력 나노 레이저’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휴대폰 등 광학부품이 탑재된 전자제품, 의료기기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레이저는 작은 공진기에 빛을 얼마나 집속(모아서 가둠)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공진기가 작아질수록 빛이 새어 나갈 가능성이 큰데, 이런 현상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빛을 집속할 땐 주변 공간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에너지 상태(일명 BIC)의 전하를 사용한다. 어두운 방에서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커튼을 두르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연구팀은 여러 BIC를 동시에 모은 일명 ‘슈퍼BIC’ 기반 레이저를 처음 만들었다. 인듐, 갈륨, 비소, 인 등으로 제작한 반도체 기판에 1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 사각 격자구조를 만들고 실험을 거듭하다가 격자 간격이 574㎚일 때 슈퍼BIC 상태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진기의 크기가 작아져도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원천기술이다.

슈퍼BIC 상태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최소값은 ㎠당 1.47㎾로 나타났다. 그동안 알려진 BIC 레이저와 비교할 때 1000만분의 1 수준의 전력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