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 항구 도시 더반에서 일어난 폭동과 방화로 현지에 있는 LG전자 공장과 물류창고가 전소됐다.

13일 외교부와 현지 방송사 eNCA 등에 따르면 제이콥 주마 전 남아공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변했다. 나흘 전까지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위가 경제 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 항구 도시인 더반 등으로 확산했다.

더반 산업단지에 있는 LG전자 공장과 물류창고가 희생양이 됐다. 무장 폭도들이 12일 새벽 전자제품을 약탈한 데 이어 오후에 불까지 질렀다. 모니터와 TV를 생산하는 LG전자 더반 사업장 근무 인원은 100명 안팎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는 없고 물적 피해는 추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현지 정부 기관의 협조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 경찰, 소방당국에도 연락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일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기업 주재원 등에 따르면 이번 소요의 주요 발생지인 동남부 콰줄루나탈주에 있는 삼성 물류창고에 약탈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 물류창고는 남아공 내 판매를 위한 수입 제품을 보관하는 장소다. 삼성 관계자는 “현지 경비업체 직원이 모두 도망가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은 제품을 보관하는 물류창고를 남아공 내 여러 지역에 두고 있다.

박신영/송영찬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