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틀째인 13일 점심시간, 평소 북적이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이 썰렁한 모습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차림 식당 23곳 가운데 19곳이 전날부터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틀째인 13일 점심시간, 평소 북적이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이 썰렁한 모습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차림 식당 23곳 가운데 19곳이 전날부터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4.7%→10%→23.5%→30.8%. 최근 한 달간 전체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자 비중이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한 자릿수였던 델타 변이 비율은 한 달 만에 30%로 급증했다. 작년 12월부터 변이 확산을 이끌었던 영국발(發) 알파 변이마저 넘어섰다.

의료계에서는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델타 변이는 소수”라고 선을 그었던 정부도 “당장 다음달부터 델타 변이가 전체 확진자의 50% 이상을 점하는 ‘우세종’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델타 변이 검출률 4%→30%

신규 감염 10명 중 3명은 델타 변이…남미發 '람다' 상륙도 시간문제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7월 4~10일) 국내 주요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44.1%다. 방역당국은 변이 감염 여부 판별을 위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한다. 당국이 확진자 1215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총 536명이 변이 감염자였다.

이 중에서도 델타 변이의 검출률은 30.8%로 특히 높았다. 확진자 10명 중 3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델타 변이 검출률은 4.7%였는데, 한 달 만에 여섯 배 늘어났다.

델타 변이가 확인된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검출률이 대폭 늘었다는 분석이다. 경기 평택시의 미군 부대 집단감염에서는 델타 변이 감염자가 17명이었다. 대전 서구의 노래방 관련 감염 사례에서는 48명이,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교 감염에서는 45명이 델타 변이로 확인됐다. 경기 안양시 일가족 및 대전 유성구 고등학교(46명), 서울 서초구 학원(21명) 등 곳곳에서 델타 확진자가 보고됐다.

“예상보다 빠른 확산세”

수도권으로 좁혀 보면 급증세가 더 빠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가 검출된 비율은 26.5%다. 한 달 전인 6월 2주차의 2.8%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동안 과반수를 차지했던 알파 변이까지 제쳤다. 지난주에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536명 중 70%(374명)가 델타 변이 감염자였다. 작년 12월에 등장한 알파 변이에 비해 델타 변이는 4개월 늦게 국내에 상륙했지만 1.6배 강한 전파력을 앞세워 빠르게 확산됐다. 2주 전 델타 변이 검출 건수는 153건으로 알파(168건)의 턱밑까지 쫓아오더니 지난주에는 알파를 넘어서고 ‘최다 변종’이 됐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방역당국의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의 확산세를 우려하는 질문에 “변이 중에서는 알파 변이가 가장 많은 분류를 차지하고 있고, 델타 변이는 소수”라며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2주 만에 방대본은 “우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8월부터 확진자 절반이 델타 감염될 것”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최선을 다해 유행을 통제하고 있고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고 있지만 8월께에는 우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세종은 전체 바이러스 분포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 과반을 넘은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원 코로나19 바이러스인 ‘G군’이 우세종이지만, 조만간 전체 확진자 2명 중 1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단장은 “미국, 유럽 같은 경우에도 8월 말께에는 90%가 델타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고 덧붙였다.

델타 변이가 우위를 점하면 가속도가 붙어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남미에서 유행하고 있는 ‘람다 변이’도 국내 상륙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변이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변이는 바이러스의 생존본능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람다 변이도 국내에서 조만간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산세가 지금보다 커지는 건 예견된 수순이고, 중증환자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 지침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방역당국은 15일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델타 변이 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분석법을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방대본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델타 변이에 감염됐는지 먼저 선별적으로 확인한 뒤 질병관리청이 유전체 분석을 거쳐 최종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