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범의 별 헤는 밤] 여름철 밤하늘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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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현상은 망원경이 없으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맨눈으로 보는 천문 현상이 많다. 먼저, 여름 밤하늘에 가장 화려하게 나타나는 은하수가 그렇고, 실눈 같은 초승달과 그믐달도 해가 지거나 뜨는 시점의 여명 속에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을 맨눈으로 볼 때 더 감동적이다. 개기월식은 맨눈으로 봐야 붉게 빛나는 모습이 제맛이고, 일식은 눈 보호를 위해 빛을 감소시키는 간단한 태양 필터를 통해 크기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개기식에 도달해 필터를 치우면 태양 주변에 뻗어 나가는 태양의 대기인 멋진 코로나를 볼 수 있다. 이럴 땐 카메라 망원렌즈로 조금만 확대해 보면 코로나 속에 이글거리는 붉은 홍염도 확인할 수 있다. 경험은 없지만,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오로라는 전 하늘에서 볼 수 있을 것이므로 맨눈으로 봐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행성이며, 매일매일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 그런데 달은 하루에 50분씩 늦게 뜨기 때문에 많이 변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달 옆에 금성이나 목성이 밝게 빛나기도 한다. 하루 전에도 거의 같은 자리에 있던 금성이고, 목성인데 갑자기 나타난 별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 미확인비행물체, 소위 UFO로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행성의 움직임이 거의 매달 한 번쯤 발생하는 유성우와 만나면 훨씬 재미있어진다. 별 보기를 즐기는 많은 사람이 벌써 8월 12일 전후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기다리고 있지만, 7월에도 물병자리에서 유성우가 28일 전후로 발생한다.
작년 이맘때엔 니오와이즈 혜성이 갑자기 나타나 별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평소 하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럴 땐 한 번쯤 마음이 동할 것이며, 부지런하게 용기를 내 실제로 혜성을 보러 나서는 사람은 별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장마가 늦었다. 그래도 수시로 오는 비와 낙뢰 때문에 6월부터 별 보기를 거의 못 했다. 이즈음 산꼭대기의 보현산천문대는 거의 매일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잠시 해가 나기도 하지만 이내 구름이 덮치고, 어떨 땐 구름이 산을 넘어 다니며 멋진 동양화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름답지 않게 쌀쌀해서 숙소는 난방을 하기도 한다.
별빛을 모으는 직경 1.8m인 오목 거울은 가장자리 두께가 25㎝이고, 무게가 1.5t인 열팽창이 없는 특별한 유리다. 먼저 망원경에서 분리해 증착실로 옮기고, 먼지가 많이 앉은 표면의 알루미늄 반사 물질을 녹여서 없애고, 깨끗하게 씻어서 진공증착기에 넣은 후 새로 알루미늄을 입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망원경으로 옮겨서 부착하고, 광축을 맞추는 작업도 해야 한다. 아주 무거운 유리 거울을 다뤄야 하는 작업으로, 날씨가 허락해야 별을 보며 마지막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점검 기간 내내 긴장하게 된다.
20년 넘게 하는 일인데도 왜 이리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진공증착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 때문에 가끔 복통을 느끼기도 하고, 잠을 설치기도 했다. 여름 정비 기간이 돌아온 것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행성이며, 매일매일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 그런데 달은 하루에 50분씩 늦게 뜨기 때문에 많이 변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달 옆에 금성이나 목성이 밝게 빛나기도 한다. 하루 전에도 거의 같은 자리에 있던 금성이고, 목성인데 갑자기 나타난 별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 미확인비행물체, 소위 UFO로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행성의 움직임이 거의 매달 한 번쯤 발생하는 유성우와 만나면 훨씬 재미있어진다. 별 보기를 즐기는 많은 사람이 벌써 8월 12일 전후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기다리고 있지만, 7월에도 물병자리에서 유성우가 28일 전후로 발생한다.
맨눈으로 보는 천체가 더 감동적
알려진 유성우가 최대로 많이 떨어지는 시점을 극대기라고 하는데 올해의 페르세우스 유성우 극대기는 8월 13일 새벽이다. 올해는 초승달과 만나기 때문에 하늘이 어두워서 유성우 관측엔 최적의 조건이다. 7월의 물병자리 유성우는 보통 장마와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명성에 가려져 관심 밖인데, 올해는 달이 밝아서 관측 조건도 좋지 않다. 여름철에 낮 동안의 더위를 식힐 겸, 해가 지고 난 후 시원한 교외로 나가면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르는 불빛을 자주 보는데 이들 유성우 때문일 것이다.작년 이맘때엔 니오와이즈 혜성이 갑자기 나타나 별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평소 하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럴 땐 한 번쯤 마음이 동할 것이며, 부지런하게 용기를 내 실제로 혜성을 보러 나서는 사람은 별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장마가 늦었다. 그래도 수시로 오는 비와 낙뢰 때문에 6월부터 별 보기를 거의 못 했다. 이즈음 산꼭대기의 보현산천문대는 거의 매일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잠시 해가 나기도 하지만 이내 구름이 덮치고, 어떨 땐 구름이 산을 넘어 다니며 멋진 동양화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름답지 않게 쌀쌀해서 숙소는 난방을 하기도 한다.
늘 긴장하게 되는 여름 정기점검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1.8m 망원경의 정기적인 여름 정비 때문이다. 먼저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진공증착기의 시험 가동부터 해야 한다. 올해는 23년 이상 사용하던 컴퓨터를 바꿨다. ‘윈도 95’는 당시엔 최신 컴퓨터 구동 시스템이었지만 요즘 컴퓨터에서는 아예 작동하지 않고, 이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진공증착기의 구동 프로그램은 현재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을 아예 새로 만들었다.별빛을 모으는 직경 1.8m인 오목 거울은 가장자리 두께가 25㎝이고, 무게가 1.5t인 열팽창이 없는 특별한 유리다. 먼저 망원경에서 분리해 증착실로 옮기고, 먼지가 많이 앉은 표면의 알루미늄 반사 물질을 녹여서 없애고, 깨끗하게 씻어서 진공증착기에 넣은 후 새로 알루미늄을 입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망원경으로 옮겨서 부착하고, 광축을 맞추는 작업도 해야 한다. 아주 무거운 유리 거울을 다뤄야 하는 작업으로, 날씨가 허락해야 별을 보며 마지막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점검 기간 내내 긴장하게 된다.
20년 넘게 하는 일인데도 왜 이리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진공증착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 때문에 가끔 복통을 느끼기도 하고, 잠을 설치기도 했다. 여름 정비 기간이 돌아온 것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