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예술의전당 정기연주회
김선욱은 18세이던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일찍부터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쌓았지만 2010년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 입학했다. 영국 왕립음악원은 매년 단 두 명만 뽑아 지휘자로 육성해왔다. 김선욱은 3년 동안 콜린 매터스에게 지휘를 배웠다.
지휘자 데뷔 무대였던 지난 1월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에서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7번’을 들려줬다. 첫 무대였지만 패기 넘치는 선곡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음악평론가들은 “선곡은 패기 넘쳤고 해석은 독특했다”고 평했다. 오케스트라와의 균형이 깨져 관록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과감한 선곡이 눈길을 끈다. 두 곡 모두 지휘자들이 난도가 높은 곡으로 꼽는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7번은 목관악기와 피아노 선율이 긴밀하게 조응해야 하는 곡이다. 트럼펫과 팀파니, 클라리넷이 편성에서 빠져 다른 협주곡에 비해 규모가 작다. 무대가 간소해져서 소리가 더 생생히 들린다. 한 음이라도 어긋나면 하모니가 깨지게 된다. 김선욱은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함께 맡아서 단원들과 더 친밀해졌다”며 “이 호흡을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메인 프로그램인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은 슈베르트가 남긴 모든 곡을 통틀어 가장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레퍼토리다. 엄격한 형식을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베토벤 교향곡이나 브람스 레퍼토리와 달리 지휘자가 자유롭게 해석할 여백이 있다.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연주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클래식계 일각에선 아직은 미숙한 지휘자에게 과분한 공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된 신출내기 지휘자가 왜 국내 최고의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이끄냐는 것.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KBS교향악단이 김선욱의 이름값을 내세워 공연 흥행을 노린 것”이라며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입상하고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 지휘자들이 수두룩한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