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됐던 55~59세의 코로나 백신 접종예약이 어제 재개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백신 도입물량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 결코 아니며, 행정적 준비에서 사려 깊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재차 사과했다. “백신은 충분하고 접종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동안 백신과 관련해 정부는 국민에게 전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접종 대상자의 절반 정도 백신만 확보한 채 예약을 받은 것부터 그렇다. 이제는 일본에까지 뒤처지게 된 지지부진한 접종률에 여론이 악화하자 물량은 감안하지도 않고 예약접수부터 받다가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백신 접종뿐이 아니다. 정부가 ‘그냥 어떻게 되겠지’라는 식으로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고 마구 던지는 정책이 너무도 많다. 전문가나 언론이 문제점을 제기해도 이념적 이유로, 혹은 공약임을 내세워 결과는 아랑곳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규제 위주 부동산정책, 자해적인 탈원전 정책 그리고 멀게는 소득주도성장이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이들 정책은 거의 예외없이 예상됐던 결과와 부작용으로 이어졌지만 정부는 사과보다는 변명과 ‘남탓’ 혹은 ‘아니면 말고’ 식의 얼버무림으로 일관해 왔다. 문제는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정부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은 그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 번 집행되면 되돌리기 힘들고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데다 나라 미래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선진국이 된 것은 중화학공업 육성이나 한·미 FTA처럼 역대 정부들이 당장은 욕 먹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앞날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덕분이다.

현 정부가 긴 안목에서 국가 장래를 내다보고 시행한 정책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보다는 당장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거나 이념이나 특정 이익집단에 휘둘린 정책이 대부분이다. 어제 공개한 ‘한국판 뉴딜 2.0’도 최근 여권에 등을 돌린 청년층 달래기용 ‘현금 퍼주기’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이밖에 근로시간 단축, 무리한 건강보험 급여 및 고용보험 대상 확대, 전·월세대책, 국민 재난지원금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집권세력이 다가올 선거 등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욜로(YOLO) 정권’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는 와중에 나랏빚은 늘어만 가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내지르고 보는 정책은 국가는 물론 여권에도 독으로 돌아오며, 뒷감당은 모두 국민 몫이다. 왜 2030세대가 여당에 등을 돌리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