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위쪽)은 14일 “코로나19 4차 유행이 오는 상황이 있었지만 2차 추경의 수정안을 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위쪽)은 14일 “코로나19 4차 유행이 오는 상황이 있었지만 2차 추경의 수정안을 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재정 독재다.” “해임 건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된 민주당의 수정 요구에 홍 부총리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당정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2차 추경 집행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방위 압박 나선 여권

여당 '해임 건의' 압박에도…홍남기 "하위 80% 지급" 고수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내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와 관련해 하위 80% 지급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홍 부총리가 끝까지 반대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같은날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부총리의 입장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 재정 지상주의, 재정 근본주의”라며 “공공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입법부의 몫을 부정하는 것으로 재정독재”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소상공인 피해보상 확대를 주장하며 “기재부가 또다시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무시한다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홍 부총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일찍부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3일 “홍 부총리가 고집부리고 있다”며 “정치를 하고 있고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재정운용을 정치적으로 따라가지 않겠다는데 관료주의 고집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차 추경안 수정과 관련해 정부와 추가 논의를 한다는 계획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재난지원금이 차별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공감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점 미뤄지나

2차 추경에 포함된 카드 캐시백과 국채 상환 등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은 “카드 캐시백 사업을 폐지해 예산 1조1000억원을 돌리면 전 국민에게 1인당 22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국채 상환을 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예산 2조원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2차 추경의 전반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홍 부총리는 “방역 상황 변화는 2차 추경안 내용에 충분히 반영하도록 국회와 상의하겠다”면서도 “소상공인 피해 등 여러 사항은 충분히 반영했고 손실보상금이 부족하면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하위 80% 지급을 결정했다”며 전 국민 지급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카드 캐시백 철회 요구에는 “코로나19가 진정될 4분기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중심으로 추경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확보 가능한 재정 내에서 최대한 편성한 만큼 전체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어렵다”며 홍 부총리에게 힘을 보탰다.

다만 이 같은 홍 부총리의 입장 고수가 소상공인 지원금 적시 지급 등 정부 대응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등이 “변화된 상황에 맞춰 2차 추경안 전체를 다시 논의해 제출하라”고 주장하면서 당초 이달 27일로 예정됐던 추경안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이날 국회 산업자원통상벤처중기위원회에서는 정부안보다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2조9300억원 늘린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900만원인 1인당 최대 지원 규모를 3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소상공인 지원에 여야 의지가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악화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을 정부에 위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