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이재용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했을 당시(18∼19%)보다 하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5나노 파운드리의 수율 문제로 대형 신규 고객사 확보가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 판매까지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여서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경쟁사가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고사양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맡기길 꺼리는 한계도 갖고 있다.
전문 파운드리 기업이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TSMC가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TSMC는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지로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고 있다.
반면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삼성전자는 미국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도 최종 투자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 전문가 "비메모리도 성과 보여줄 때"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주력하는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도 아직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점유율은 10.3%로 퀄컴(39.9%), 미디어텍(25.9%), 애플(19.5%)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연초 출시한 S21의 초도 국내 판매분에 하이엔드급 '엑시노스 2100'을 탑재하며 점유율은 작년(9.5%)보다 소폭 늘었지만, 발열 논란 등으로 2018∼2019년(12%대)보다는 줄었다.
시스템 반도체중 유일하게 이미지센서가 2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일본 소니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지만 AP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데는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연내 '피크 아웃'(peak out·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라는 우려 외에 비메모리 부문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내년 3나노미터(nm) 공정부터 차세대 'GAA(Gate-All-Around) FET' 공정으로 기술 격차를 좁힌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핀펫(FinFET)보다 효율성 등에서 진화한 공정으로, TSMC는 3나노에 GAA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TSMC가 인텔과 애플 등 고객사에 3나노 시제품을 보내는 등 공정 도입 시기를 앞당기려는 반면, 퀄컴의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도입이 당초 목표보다 1∼2년 지연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신공정 도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파운드리 부문의 개선과 인수합병(M&A)"이라며 "그동안 삼성이 잘했다고 할 수 없는 부문에서 의미있는 성과나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애널리스트도 "3분기에 코로나 비대면 특수가 한풀 꺾이면서 메모리 반도체도 기대만큼 영업이익이 안 나올 수도 있다"며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비메모리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거나 M&A와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