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19세 청소년이 가해자와 아직도 한 집에 살고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게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 청원인 A 씨는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이다"라는 청원을 게재했다.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5만 2078명이 동의했다.

A 씨는 "저는 서울의 한 '집'에서 살고 있는 19살 학교 밖 청소년"이라며 "'집'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주택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며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성추행은 점점 대담 해져서 성폭행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기에 다른 남매보다 오빠와 친하게 지냈다. 정서적으로 키워준 것은 부모님이 아닌 오빠였다. 그래서 서로 껴안는 등의 스킨십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오빠와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잤고, 잠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히 기억난다. 뒤에서 안고 있던 오빠의 손이 가슴 위로 올라왔고, 잠결에 많은 생각을 했다. '실수겠지'라는 생각에 조용히 자는 척 행동했다"고 털어놨다.

오빠의 행동은 '실수'가 아니었다. A 씨는 그 이후로 오빠에게 수 십 번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그 뒤 어떻게 추행이 폭행으로 바뀐 건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저 제가 기억하는 것은 오빠와 제 관계에서 한 번도 콘돔 등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A 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빠를 피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방문을 잠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문에 손잡이가 없었다. 다른 방으로 피하면 오빠는 계속 따라 들어왔다. 거절하면 억지로 관계를 가지고,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면 오빠가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분노했다.
19세女, 친오빠 성폭행 신고했더니…父 "한번 안아 줘라"
지난해 여름 A 씨는 결국 오빠를 신고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오빠가 반성을 하지 않고 올해 2월에도 추행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A 씨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주 양육자'인 부친은 도리어 A 씨의 뺨을 두 차례 내리쳤다고. A 씨는 "여전히 저는 오빠와 살고 있다. 견딜 수 없어 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정신과에 입원했다. 미성년자라 퇴원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 아빠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퇴원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했다.

A 씨는 결국 집에 돌아가 가해자인 오빠와 함께 살게 됐다. 아버지는 "네가 오빠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오빠 한번 안아주고 그래라"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서 사설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이며 전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빠의 접근금지 신청이 되었지만 저는 왜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 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라며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으면 처참히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 아무 일 없이 살아 나가야 하기에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