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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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누가, 어떻게 바꾸나.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세상은 변화시키고 진보시킨다. 암호화폐, 코인으로 난리지만 블록체인 쪽도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분야다. 물론 이번에도 현실은 어지럽고 혼탁해보이고 무질서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이상 열기라고 할 만큼 과도하게 뜨겁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표현일 텐데, ‘김치 프리미엄이란 말에 많은 게 담겨 있다. ‘영끌’‘빚투를 불사하는 2030세대들의 늘어난 투자계좌 숫자부터 조 단위 공모 사기극까지, 툭하면 빚어지는 허위공시 논란 등을 보면 광풍이나 혼돈·혼란의 투기적 시장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걱정도 적지 않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사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금융과 자산시장의 미래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왜 법의 사각지대로 내버려 두느냐고 정부를 비난한다. 한쪽은 정부 개입을 바라고, 다른 쪽에선 철저히 투자자 개인 책임이 강조돼야 할 기형적 시장이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가면서 변해간다.

◆앞서 달리는 기업인들…'누군가엔 상식, 다른 누군가에는 암호체계’

블록체인의 진화…금융ICT융합학회 참관기 [여기는 논설실]
암호화폐 시장에 온갖 종류의 난무하는 코인만 볼 것인가. 경제·산업·기술로 보면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여러 갈래로 응용 활용되면서 미래형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2~13일 속초에서 열린 한국금융ICT융합학회의 하계 세미나는 그런 기술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틀간 내내 이어진 토론 세션은 스타트업 기술 기업들의 고민과 애로, 성과, 법적 이슈 등 다양한 이슈로 채워졌다. 응용 기술과 상품화를 향한 서비스 종류도 다양해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전부 이해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기술의 진화 속도와 방향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누군가에는 상식이 누군가에게는 암호체계로 보이고, 누군가에는 일상의 논리가 누군가에는 기묘한 얘기로 들리는 법이기는 하다.

현장을 일상적으로 쫓아다니는 일선 기자와 달리 사설 등 논평 위주인 논설위원 입장에서는 요긴하고 의미 있는 현장이었던 셈이다. 이틀간의 짧지 않은 세미나 참관 관전기를 요약해본다. 이번 금융ICT융합학회 토론회에서는 기업인들의 주제 발표가 많았고, 교수들 발표도 일부 있었다. ‘ICT융합학회의 속성 상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기업인들이 발표에 나섰다. 인터넷은행 빅테크 디지털자산 등의 키워드가 나왔지만, 최대 핵심 키워드는 단연 블록체인이었다. 4개 섹션에서 22명이 주제 발표에서 나섰는데, 13명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거나 연구 중인 관련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의 발표와 이어진 질의·응답 등 토론을 통해 본 현재 한국 블록체인 생태계와 관련 종사자들의 고민과 특징, 풀어야 할 과제를 관전자 시각에서 정리해본다. 해당 스타트업 기업계를 넘어 연구자와 주변과 외곽의 그룹에도 도움 되면 좋겠다. 비전문가 시각이어서 상식 차원의 내용도 있지만, 블록체인 업계 밖에서 보는 관점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업계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그러면서도 한발 밖의 평가랄까.

◆전문가 그룹 주제발표를 통해 본 8가지 시사점

블록체인의 진화…금융ICT융합학회 참관기 [여기는 논설실]
첫째, 블록체인의 기술 진화에 상당한 속도가 붙었다는 확신을 줬다. 응용 분야도 다양하다. 유통과 배달, 오락과 여가, 교육과 지식전달 이런 모든 게 빅테크 형 IT 플랫폼 기업에 흡수되고 있는 현실과 연결시켜 볼 때 흥미진진해진다.

둘째, 블록체인에서도 기술 주도는 학계(대학)가 아니라 기업이 하고 있다. 많은 기술이 실제로 그렇다.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시도, 다양한 서비스에서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신기술 기발은 교수가 아니라 산업 현장의 대표 등 기업종사자들이 앞서고 있다.

셋째, 시장화 상품화 서비스화가 매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디파이’‘메타버스’‘NFT’ 같은 것이 어떻게 쉽게 응용돼 생활의 연장으로 나타날 지 기대할 만하다.

넷째, 글로벌화와 디지털화 모바일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바꾼 세상은 어떻게 이제 될까. 가령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을 목표로 분명히 내세운 플랫폼 지향 기업(고등지능원)은 어떤 성과를 선보일 것인가.

다섯째, 가능성과 응용성은 어디까지 일지, 예측불허다. 업계에서도 아직은 확신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사업가로서는 성공과 도약의 가능성은 크 보인다.

여섯째, 하지만 제품화 상품화 상용화에 대한 장담, 즉 조기 성과는 여전히 쉽지가 않다. 2000년도 뉴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서면서 현장기자로서 닷컴 버블을 지켜봤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일곱째, 과제도 물론 많다. 법적 쟁점 역시 한둘이 아니다. 가상자산 혹은 디지털재산 문제는 조만간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겠다. 신기술 신산업에서 부딪치는 일반적 지식재산권 이슈가 그대로 이어질 것인가.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보호는 과세와 관련 규제이슈와 따로 갈까, 나란히 갈까. 업계에서는 법적 권한 보호를 희망하지만, 그렇게만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과세문제가 책임문제와 함께 대두될 것이다.

◆경계해야할 ‘정부지원’ …자금 인재 기술, 어려워도 자립해야 간섭도 없어

여덟째, 불록체인 산업계에서 정부의 지원을 많이 원하고 있다. 직접 토론을 관련한 논평자(논설위원)으로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바로 위 일곱 번째 시사점과 바로 결부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디지털자산 혹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정부터 시작해 재산권의 보호·양도·거래·과세 등에 대한 합리적 접근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라면, 지원을 하더라도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부 개입의 최소화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 자기 책임원칙이다.

정부의 개입 혹은 지원을 예산을 통한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것이라면 업계는 재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부 돈은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다. 1을 지원하면 10을 간섭하고, 10을 지원하면 100에 개입 관여하는 게 행정, 특히 한국적 행정이다.

법도 그렇다. 무수한 종류의 각종 000지원법, ***육성법, @@@기본법 이라는 거창하고 듣기 좋은 법들의 이면까지 봐야 한다. 물론 정부의 지원 근거를 만들고, 육성하겠다며 예산을 배정한다. 하지만 결코 그냥 주지 않는다. 지원법 육성법 기본법 좋아하지 마시라.

종래에는 돈이고 예산 지원이고 다 귀찮으니 제발 우리 좀 내버려 두라라고 하소연하게 될 공산이 매우 높다. 30년 넘은 관변 기자경험에서 볼 때 그렇다. 국민 혈세를 집행하니 제대로 쓰이는지 봐야 한다는 게 정부 개입의 논리이다. 그렇다 해도 한국적 개입 감시 행정은 정도가 심하다. '돈은 지원하게 감시나 감독, 개입과 관여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대로 잘 되지도 않는다. 거듭,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스타트업 들은 당장 다급하다고 정부나 국회를 끌어들이지 않는 게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좋다.

유명한 고전적 사례가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 정도로 세계 최강이 된 것은 초기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당시 상공부 공무원들이 반도체가 뭔지를 몰랐기에, 그래서 지원도 간섭도 않았기에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전언은 과장이 아니다. 그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힘들어도 자립하고 홀로서야 자율과 독립을 누릴 수 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