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건설한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생산공장.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이 건설한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생산공장.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국내 철강·조선·정유·화학·발전 분야의 대표기업들이 친환경 수소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는 ‘그린암모니아’ 기술 공동 개발에 본격 나선다. 그린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활용해 제조한 암모니아를 뜻한다. 그린암모니아 생산부터 운송, 수소 추출, 최종 활용까지 각 분야의 대표기업이 연합체를 구성해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수소경제를 앞세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민간기업들이 ‘의기투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개 기업 ‘암모니아연합체’ 구성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15일 대전 호텔ICC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 업무협약식을 온·오프라인으로 열었다.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한화솔루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13개 기업이 참여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화학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 5개 공공기관도 참여해 기업들과 협력한다.

그린암모니아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협의체가 구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암모니아는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뒤 해상으로 장거리 운반하고, 다시 수소를 추출해 발전·운송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성이 강한 데다 액화하려면 극저온(영하 253도) 냉각이 필요해 이송과 저장이 까다로운 게 단점이다.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암모니아에서 질소만 떼어내면 수소를 대거 만들어낼 수 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용량이 1.7배가량 크다. 더욱이 세계에서 비료 원료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대부분 국가에 터미널 등 기반시설이 구축돼 있다. 이 때문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운반 수단으로써 탄소중립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길…그린암모니아 드림팀 떴다

단계별로 민간기업이 주도

참여 기업들은 국내 그린암모니아 가치사슬을 구축·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린암모니아 생산·운송, 선박 연료 활용, 그린암모니아의 수소 추출을 통한 수소 공급, 가스터빈·연료전지의 무탄소 연료 활용 등의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린암모니아를 안전하게 생산·운송하고 활용하기 위해 암모니아 전 주기에 걸친 안전 기준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두산중공업은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를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중동과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 다수의 중대형 암모니아 생산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선박을 통해 그린암모니아를 국내로 실어나른다.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암모니아 유통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암모니아 유통을 담당한다. 롯데케미칼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한 뒤 현대오일뱅크 등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렇게 들여온 수소를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정부도 그린수소를 활용한 다양한 운송·저장 매체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