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선한 인종주의'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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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인종차별 (Nice Racism)
"우리는 비교적 착하다"는 자기기만
일상적이고 교묘한 차별 일삼는
'진보적 백인'에게 돌직구 날려
"우리는 비교적 착하다"는 자기기만
일상적이고 교묘한 차별 일삼는
'진보적 백인'에게 돌직구 날려
2018년 미국 사회에서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책 《백인의 취약성(White Fragility)》으로 ‘백인들은 인종차별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로빈 디안젤로. 워싱턴대 교육학과 교수이면서 25년 넘게 사회 정의와 인종차별 문제를 연구한 그는 이 책을 통해 트럼프 시대의 백인우월주의에 대해 비판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인종차별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 소개했다.
지난 6월 말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선한 인종차별(Nice Racism)》은 《백인의 취약성》의 후속작 격이다. 디안젤로 교수는 이번 신간을 통해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어떻게 인종차별 문제를 더욱 영속하게 하는지 고발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백인들이 가진 반인종차별적인 인식이 얼마나 허술하고 취약한지 지적하면서, 그들이 지닌 알량한 선한 의도와 위선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유색 인종들에게 일상적인 상처와 교묘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알려준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인종차별이라는 악순환을 결코 끊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책”(키커스 리뷰), “인종차별을 해체하는 힘든 작업을 방해하는 ‘선한 문화’에 대한 맹렬한 비판”(퍼블리셔스 위클리)이라며 미국 주요 언론은 신선한 통찰력을 안겨주는 책의 출간을 반기고 있다. 책은 백인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오랜 사고방식,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회 시스템이 인종차별주의를 고착시킨다고 분석한다. 백인인 저자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백인들에게 일종의 돌직구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진보적인 백인들은 자신들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백인으로서 누리고 있는 혜택을 별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며 흑인과 원주민, 그 밖의 다른 유색인종의 삶과 문화를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인종 분리가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다루고,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자신들에게 인종차별에 대해 가르쳐주기를 원한다.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보수적인 백인들 때문에 자신들이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선한 자’ 대 ‘악한’이라는 단순한 비교 우위에 자만하면서 자신은 비교적 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보적 백인들을 향해 미국 사회 깊숙이 무의식적인 백인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백인들 스스로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인종차별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자고 제안한다.
미국에서 최근 인기 있는 《선한 인종차별》은 2019년 주요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국내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연상케 한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선량하고 양심적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차별과 혐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널려 있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면서 구분 짓고 경계 짓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각종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도 그런 오류와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지난 6월 말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선한 인종차별(Nice Racism)》은 《백인의 취약성》의 후속작 격이다. 디안젤로 교수는 이번 신간을 통해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어떻게 인종차별 문제를 더욱 영속하게 하는지 고발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백인들이 가진 반인종차별적인 인식이 얼마나 허술하고 취약한지 지적하면서, 그들이 지닌 알량한 선한 의도와 위선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유색 인종들에게 일상적인 상처와 교묘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알려준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인종차별이라는 악순환을 결코 끊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책”(키커스 리뷰), “인종차별을 해체하는 힘든 작업을 방해하는 ‘선한 문화’에 대한 맹렬한 비판”(퍼블리셔스 위클리)이라며 미국 주요 언론은 신선한 통찰력을 안겨주는 책의 출간을 반기고 있다. 책은 백인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오랜 사고방식,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회 시스템이 인종차별주의를 고착시킨다고 분석한다. 백인인 저자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백인들에게 일종의 돌직구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진보적인 백인들은 자신들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백인으로서 누리고 있는 혜택을 별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며 흑인과 원주민, 그 밖의 다른 유색인종의 삶과 문화를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인종 분리가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다루고,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자신들에게 인종차별에 대해 가르쳐주기를 원한다.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보수적인 백인들 때문에 자신들이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선한 자’ 대 ‘악한’이라는 단순한 비교 우위에 자만하면서 자신은 비교적 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보적 백인들을 향해 미국 사회 깊숙이 무의식적인 백인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백인들 스스로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인종차별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자고 제안한다.
미국에서 최근 인기 있는 《선한 인종차별》은 2019년 주요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국내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연상케 한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선량하고 양심적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차별과 혐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널려 있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면서 구분 짓고 경계 짓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각종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도 그런 오류와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