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돈 밝히는 아이? 돈에 밝은 아이로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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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시장 급변, 투자 열풍에
학부모들 "조기 경제교육 필요하다"
어린이·청소년용 경제서적 수요 커져
작년 이어 올해도 판매량 두 배 늘어
학부모들 "조기 경제교육 필요하다"
어린이·청소년용 경제서적 수요 커져
작년 이어 올해도 판매량 두 배 늘어
어찌 된 일인지 경제·금융교육은 오랫동안 호환마마(虎患) 취급을 받아왔다. 어린이들이 가까이 해선 안 될 존재이거나, 마치 실재하지 않는 대상처럼 다뤄졌다. 2010년대 이후 분위기가 적잖게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린 나이부터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공허한 구호에 머물렀을 따름이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식의 구시대적 가치관이 힘을 발휘하면서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금융 문맹’이 양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견고하기만 했던 고정관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금융서 출간과 판매가 급증하면서 출판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련 서적 판매량이 전년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청소년 경제서의 부상은 재테크 투자 열풍 등으로 실용적인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주식시장 활황과 부동산 시장을 필두로 한 자산시장의 급변을 경험한 학부모들이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교육 시장에서 ‘이념 지향적’인 586세대가 퇴조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른바 ‘X세대’ 이하로 학부모들의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인 실적으로 살펴본 어린이·청소년 경제서의 약진은 눈부시다. 1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경제서 판매 증가율이 성인용 경제·경영서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어린이·청소년 경제서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96.5% 늘었다. 전년 대비 11.9% 감소한 2019년에 비하면 급반전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14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94.3%의 높은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어린이 경제 서적은 지난해(113.7%)에 이어 올해(93.9%)도 두 배 안팎의 높은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청소년 대상 경제 서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세가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41.0%였던 연간 판매 증가율이 올 들어서는 14일까지 96.4%로 껑충 뛰었다. 올해 출간된 신간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 경제서 누적 판매 순위 10위권에는 《10만원이 10억 되는 재밌는 돈 공부》(제임스 맥케나 지음, 리틀에이·2위), 《초등학생을 위한 똑똑한 돈 설명서》(라슈미 시르데슈판드 지음, 솔빛길·4위) 등 올해 나온 서적이 4종이나 포진했다.
해당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지난달 출간된 《세금 내는 아이들》(옥효진 지음, 한국경제신문)과 《존리의 금융모험생 클럽1》(존리 지음, 미래엔아이세움)이 각각 1위와 2위로 판매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세금 내는 아이들》은 출간 한 달 만에 7쇄에 들어갔다. 청소년 경제서 부문에서도 올 2월 개정판이 나온 《경제는 내 친구》(정광재 외 지음, 유아이북스)가 연간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청소년 교육 전문가, 실물투자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살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금 내는 아이들》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 옥효진 씨는 “지루하게 교과서로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며 놀이처럼 경제 지식을 몸에 익히길 바라며 책을 썼다”고 말했다. 《존리의 금융모험생 클럽1》은 ‘주식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동화 형식을 빌려 돈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용돈 기입장 작성 같은 기초적인 내용부터 주식투자까지 단계별로 설명했다.
출판계 안팎에선 이 같은 ‘어린이 경제서 붐’이 생활 속에 경제교육이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런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같은 유명 투자자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주식투자 등을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한다.
영국에선 어릴 때부터 투자수익과 투자위험을 가르치기 위해 2000년대 초 정부 주도로 ‘차일드트러스트펀드’를 운영했다. 여기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어린이 경제서 붐은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 절대 판매량에선 성인용 경제·경영서에 비해 어린이·청소년 경제서 판매가 미약하지만 2년 연속으로 돋보이는 신장세를 보인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관련 시장의 본격적인 발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하지만 최근 들어 견고하기만 했던 고정관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금융서 출간과 판매가 급증하면서 출판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련 서적 판매량이 전년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청소년 경제서의 부상은 재테크 투자 열풍 등으로 실용적인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주식시장 활황과 부동산 시장을 필두로 한 자산시장의 급변을 경험한 학부모들이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교육 시장에서 ‘이념 지향적’인 586세대가 퇴조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른바 ‘X세대’ 이하로 학부모들의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인 실적으로 살펴본 어린이·청소년 경제서의 약진은 눈부시다. 1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경제서 판매 증가율이 성인용 경제·경영서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어린이·청소년 경제서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96.5% 늘었다. 전년 대비 11.9% 감소한 2019년에 비하면 급반전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14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94.3%의 높은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어린이 경제 서적은 지난해(113.7%)에 이어 올해(93.9%)도 두 배 안팎의 높은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청소년 대상 경제 서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세가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41.0%였던 연간 판매 증가율이 올 들어서는 14일까지 96.4%로 껑충 뛰었다. 올해 출간된 신간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 경제서 누적 판매 순위 10위권에는 《10만원이 10억 되는 재밌는 돈 공부》(제임스 맥케나 지음, 리틀에이·2위), 《초등학생을 위한 똑똑한 돈 설명서》(라슈미 시르데슈판드 지음, 솔빛길·4위) 등 올해 나온 서적이 4종이나 포진했다.
해당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지난달 출간된 《세금 내는 아이들》(옥효진 지음, 한국경제신문)과 《존리의 금융모험생 클럽1》(존리 지음, 미래엔아이세움)이 각각 1위와 2위로 판매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세금 내는 아이들》은 출간 한 달 만에 7쇄에 들어갔다. 청소년 경제서 부문에서도 올 2월 개정판이 나온 《경제는 내 친구》(정광재 외 지음, 유아이북스)가 연간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청소년 교육 전문가, 실물투자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살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금 내는 아이들》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 옥효진 씨는 “지루하게 교과서로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며 놀이처럼 경제 지식을 몸에 익히길 바라며 책을 썼다”고 말했다. 《존리의 금융모험생 클럽1》은 ‘주식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동화 형식을 빌려 돈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용돈 기입장 작성 같은 기초적인 내용부터 주식투자까지 단계별로 설명했다.
출판계 안팎에선 이 같은 ‘어린이 경제서 붐’이 생활 속에 경제교육이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런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같은 유명 투자자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주식투자 등을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한다.
영국에선 어릴 때부터 투자수익과 투자위험을 가르치기 위해 2000년대 초 정부 주도로 ‘차일드트러스트펀드’를 운영했다. 여기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어린이 경제서 붐은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 절대 판매량에선 성인용 경제·경영서에 비해 어린이·청소년 경제서 판매가 미약하지만 2년 연속으로 돋보이는 신장세를 보인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관련 시장의 본격적인 발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