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연속 연 0.5%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연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선 고승범 금통위원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 금통위원 중 처음으로 내놓은 금리인상 의견이다.

매파 성향 강해진 한은

'코로나 불확실성'에 금리 동결했지만…이주열 "내달부터 조정 검토"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8월 금통위 회의 때부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전 발언과 비교하면 금리 인상 논의 시점이 당겨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달 11일엔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4일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유의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4차 대유행이 올해 성장률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소비 회복세가 주춤해질 수는 있지만 올 성장률은 4%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며 “대규모 백신 접종이 예고된 데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한 수출·투자의 탄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GDP갭(실제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의 마이너스가 내년 상반기쯤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한국 경제가 기초 체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GDP갭이 마이너스를 해소한다는 뜻은 그만큼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특히 치솟는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등 금융불균형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를 오랜 기간 끌고 가면 금융불균형 누적의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 상당수가 통화정책 운용과정에서 금융불균형에 역점을 둘 때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금통위원들도 대체로 이 총재의 금리 인상 의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드러났다. 지난 5월에는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한다’는 문장이 담겼지만 이번에는 ‘당분간’이 삭제됐다.

8월 금리 인상 전망도 나와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8월 26일, 10월 12일, 11월 25일에 세 차례 열린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총재가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다 고 위원이 금리인상 소수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통상 소수 의견이 나온 직후 1~4개월 뒤 통화정책의 변화가 이뤄졌다. 고 위원과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조윤제·임지원 금통위원이 금리인상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도 커졌다.

증권가에선 10월 이후 인상 관측이 다수다. 당분간은 코로나19 4차 확산 여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10월 금리 인상을 예측했다.

다만 일부에선 8월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밑돌면 8월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며 “내년 말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0.75%포인트 오른 연 1.2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파 금통위에 금융시장도 반응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 내린 달러당 1141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기준금리가 올라갈 경우 고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07%포인트 상승한 연 1.497%에 마감하며 2019년 11월 18일(연 1.518%)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