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규모 쿠팡 이어 두 번째
기업가치 10조 '데카콘' 반열
숙박앱 1위 오라클 추월 시간문제
○모텔에서 시작된 국내 1위 여행 플랫폼
야놀자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는 ‘흙수저’ 출신 경영자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여섯 살엔 어머니가 집을 떠나 농사를 짓는 할머니 밑에서 컸다. 실업고와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뒤 무일푼 상태에서 숙식이 해결되는 일자리를 찾다가 취직한 곳이 모텔이었다.이 대표는 2004년 온라인 커뮤니티 ‘모텔 이야기’를 개설해 모텔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점을 적어 올렸다. 이 커뮤니티가 입소문을 타면서 1년 만에 가입자 수 1만 명을 넘겼고, 구인·구직 정보가 오가는 등 모텔업 종사자 간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여기서 사업 기회를 봤다. 2005년 당시 회원 수 20만 명이었던 ‘모텔투어’ 커뮤니티를 인수해 이용자와 숙박시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사업을 확장해 2011년 내놓은 게 야놀자다.
야놀자는 모텔을 ‘노는 공간’으로 부상시켜 숙박업계 지형도를 바꿨다. 모텔 객실 내부 사진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게임기 등 부대시설 정보와 이용 후기를 볼 수 있게 했다. 신개념 모텔인 ‘코텔(KOTEL)’에서 휴가를 보내는 ‘코캉스’란 신조어가 만들어진 계기다. 2011년 가맹점 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엔 스마트폰 기반 앱 서비스로 진화했다. 이젠 숙박을 비롯해 교통, 레저, 먹거리, 쇼핑 등을 아우르는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커졌다.
○여행가 플랫폼에서 빅테크 기업으로
하지만 야놀자의 진가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 있다는 게 IT 전문가들의 평가다. 야놀자는 2017년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사업을 시작했다. PMS는 숙박예약, 식당예약, 음식 주문 등 호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디지털화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PMS는 야놀자의 여행 숙박 플랫폼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었던 사업이었다. 현재 야놀자는 세계 2위 PMS 업체다. 세계 2만3000개(2020년 기준) 숙박시설에 예약, 체크인 등 호텔 업무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1위는 오라클로 숙박 시설 3만8000개를 PMS 파트너로 두고 있다. 야놀자가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에선 “야놀자가 오라클을 뒤집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신속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방식에선 야놀자가 훨씬 기술력이 앞선다”며 “야놀자가 현재 급격하게 성장하는 PMS 시장에서 오라클을 넘어선 1위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호텔관리 솔루션 기업 목표”
야놀자는 이번 투자유치금을 기술 개발에 투입한다. 디지털 차별화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접객시장에서 여행 플랫폼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야놀자 앱 서비스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선보인 검색 추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야놀자 앱 검색창에 지역명 등 간단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사용자 맞춤형 숙소를 찾아준다. 이 대표는 “야놀자를 글로벌 1위 여가 솔루션 테크기업이자 여행 슈퍼 앱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구민기/선한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