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편한 게 최고"…NO와이어 브래지어·女사각팬티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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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탈코르셋 운동 영향…트렌드 강화 전망"
# "더는 브라(브래지어)를 입지 않는다."19일 업계에 따르면 '스컬리'처럼 '노브라'까진 아니더라도 몸을 옥죄는 불편함을 피하려 편안한 속옷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몸매 보정을 위해 와이어가 든 브래지어가 일반적이었지만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 수요가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등의 환경까지 겹쳤다.
미국 드라마 'X파일'에서 '스컬리' 역을 맡아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미국 배우 질리언 앤더슨(52)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팬들과의 온라인 소통 중 이같이 언급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브래지어가) 너무 불편하다. 입을 수가 없다"면서 "가슴이 배꼽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서 올 상반기 와이어나 패드가 없는 '브라렛'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2% 급증했다. 서혜부를 압박하지 않는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도 128% 뛰었다.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올해 처음으로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랜드그룹 브랜드에서도 와이어 없는 브래지어 상품의 흥행이 두드러졌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브랜드 애니바디의 '편애브라'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6만장, 누적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의 속옷 브랜드 에블린이 선보인 '더끌리는 브라'도 지난해 5월 출시 후 1년여 만에 판매량이 18만장을 넘어섰다.
이랜드 관계자는 "더끌리는 브라는 지난해 출시와 함께 에블린의 주력 상품급으로 자리 잡았다. 이 상품 성공으로 올 하반기 볼륨노와이어와 브라렛 상품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편안함을 찾는 수요는 최근 속옷 시장에서 각종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상·하의 세트 구성을 찾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8월 '팬티·브래지어' 세트 상품 매출은 22.9% 급감한 2950억원에 그쳤다. 속옷 시장에서 세트 상품 비중은 절반가량(2018년 3~8월 46.8%)이었지만 지난해 32.4%로 줄었다. 편안한 속옷을 찾는 수요로 별도 제품을 구매하는 흐름이 반영된 셈이다. 해당 기간 전체 속옷 시장 규모 역시 7.4% 감소한 9111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 BYC, 쌍방울(TRY·비비안), 신영와코루(비너스)의 '3강 체제'에서 지난해 비(非)메이커(13.2%)가 BYC(30.6%)에 이어 2위로 치고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보디 포지티브'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여성 속옷도 편한 옷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지속되면서 편안한 여성 속옷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 시장에서는 아예 상의 속옷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방송인 김나영 씨는 유튜브 채널에서 실리콘 소재로 유두 위에 붙이는 '니플 패치'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찐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속옷을 잘 입지 않는다. 편안한 브라렛도 입어봤는데 답답하더라"면서 "원래는 얇은 브라렛에 니플 패치를 붙여 입었는데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입고 있지'란 생각이 들어 (브라렛을) 안 입으니 너무 편하다"고 전했다.
따로 속옷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캡 혹은 패드 내장형 의류도 보다 늘고 있다.
유니클로, 탑텐 등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에서 선보인 다양한 브라캡 내장형 의류가 대표적이다. 최근 패션 스타트업에서는 캡 대신 패드 등을 덧대 몸에 달라붙지 않는 '노브라 티셔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더 편안한 복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억지로 외모 꾸미기를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 흐름과도 맞물려 앞으로 속옷뿐 아니라 패션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