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매각이 성사된 알펜시아리조트 공개입찰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유효 입찰'이라는 의견과 '꼼수 입찰'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 "매일 4200만원씩 세금이 이자로 나가는 상황에서 강원도민과 국민을 위해 잘 판 것 아니냐"는 매각측 입장에 대해 "같은 기업 계열사 두 곳이 응찰한 것 자체가 수의계약과 다를 바 없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한경DB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한경DB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을 위해 강원도개발공사는 최근 매각지원단을 구성해 본 실사에 들어갔다. 강원도개발공사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지원단은 공사측 15명과 알펜시아측 13명, 매각 주관사, 최종 낙찰자인 KH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 KH강원개발주식회사 등을 합해 총 5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최종 계약 전까지 본 실사 및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자산양수도 방식의 계약으로, 실물자산 목록을 만들고 각각의 가격을 매기는 복잡한 과정을 치러야 한다.

알펜시아리조트는 4번의 공개입찰과 2번의 수의계약이 모두 무산됐다가 지난달 24일 5차 공개입찰에서 두 곳이 입찰해 유효 입찰이 성립됐다. 정부재산정보 입찰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응찰을 받았기 때문에 두 곳이 어딘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KH필룩스가 "KH강원개발을 통해 알펜시아리조트 입찰보증금 마련을 위해 300억원의 금전을 대여한다"는 공시를 하면서 KH그룹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다른 한 곳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KH그룹의 계열사인 것으로만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강원도당 등 정치권에선 "두 곳 모두 KH그룹 관계사였다는 건 꼼수입찰"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두 곳 이상 응찰해야만 입찰이 성사된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매각측 관계자는 "두 곳 이상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두 곳이 같은 계열사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추첨 방식의 입찰이었다면 같은 계열사를 동원해 확률을 높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겠지만 최고가를 써내는 경쟁입찰이었기 때문에 꼼수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고가 경쟁입찰'인데 두 곳이 가격을 사전에 조율해서 입찰했다면 입찰 담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매각측 관계자는 "만약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강원도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걸고 위험한 일을 했겠냐"며 "지자체 자산의 매각은 국유자산 매각보다 더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 자체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알펜시아리조트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도 아니고 그동안 유찰된 것으로 보나 다른 기업들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나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세금 먹는 골칫거리를 잘 팔았다는 게 M&A업계의 시각"이라고 했다.

IB업계에서는 향후 KH강원개발이 본 실사, 최종 계약 등을 문제 없이 치러내는지가 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런 논란에 대해 "알펜시아리조트 일대가 국제평화도시로 크게 잘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국가기관에서 엄중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이번 입찰에 불법이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