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2021년 하반기를 전망하며 투자자들의 예상 질문 3가지에 답변했다.

1.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까?

일시적이긴 하지만, 가치주로 인플레이션 헤지 대비하자.

최근 조사에서 대부분의 블랙록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하는 한 가지 증거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보여진 인플레이션이 주로 중고차 시장이나 항공·숙박·식당을 포함한 경제 재개장 분야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시장이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과민반응을 이어간다면 포트폴리오 보호를 신중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중 하나는 가치지향주다. 1927년부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물가 상승 기간 동안에는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을 때만 가치주의 성과가 희석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입증됐다.

적극적인 주식 매입자로서 블랙록은 가격결정력을 갖춘 회사, 즉 증가하는 투입(input) 비용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비알코올 음료회사와 같은 집중산업군의 기업들이나, 반도체와 같이 현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는 분야들이 포함된다.

2. 경기순환주는 여전히 유망한 투자처일까?

조심해야 한다, 선택적으로 대응하자.

경기에 민감한 경기순환주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백신 발표 이후 매우 강세를 보여왔다. 블랙록은 그들의 잠재력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제는 선택성(selectivity)이 더 중요하다.

우선 가장 심각하게 디스카운트 된 주식 중 많은 종목들(주로 코로나19 사태의 진통 속에서 큰 손실을 입었던 종목)이 시장의 반등세에 올라탔다. 그럼에도 여전히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일부 종목은 주가가 낮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같이 소위 '가치 함정(value traps)'은 피해야 할 위험 요소다. 가치 함정이란, 투자자들이 장기간 순이익 등에 비해 낮은 배수에 거래돼 싸보이는 주식을 '싼맛에' 구매했지만 이후에도 주가가 전혀 오르지 않을 때를 일컫는 용어다.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은 점점 더 잠재적인 파티 스포일러들에게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인플레이션 압력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예측 등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부추기겠지만, 경기회복과 운명을 같이 하는 주식들에 특히 압박이 될 수 있다.
출처=valueresearchonline
출처=valueresearchonline

3. 사이클의 다음 단계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까?

우량주가 답이다.

블랙록은 재개장이 계속됨에 따라 경제가 호황 상태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는 쉬운 초기 사이클 투자 기회들 중 많은 것이 인식되고 이용됐다고 본다. 일부 경기순환주는 아직 더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우리는 사이클의 다음 수혜주로서 우량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량주는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시대 이후 가장 저렴한 주식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경제회복의 중간단계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여왔다.

단기적인 전술적 기회를 넘어, 우량주 편향을 유지하는 장기적·구조적 케이스들도 있다. 1978년 이후 월별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우량주 종목들은 전체 주식시장 수익률의 60%를 능가했다. 또 12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아웃퍼폼 비율이 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주가 성과를 내지 못한 유일한 때는 경기불황에서 조기에 회복할 때였다. 블랙록은 지난 6개월동안 이 같은 흐름을 확인했다. 투자자들이 시장 상승의 초기 단계에서 수익을 낸, 위험종목 베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우량주가 주춤했던 만큼 매력적인 매입구간(entry point)도 마련됐다. 이러한 전략을 통한다면 지금처럼 이례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경제 및 시장 사이클에서도 포트폴리오 탄력성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