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정부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갖가지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기술기업이 작업관행을 개선하거나 사업모델을 바꾸면서까지 ‘정부 달래기’용 눈치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는 15일(현지시간) “그동안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하던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당국의 정조준 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독점 조사와 데이터 안보를 이유로 자국 빅테크 기업 규제 총력전에 나섰다. 최근엔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CAC)이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차량 호출 업체 디디추싱을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이유로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회사 텐센트는 셧다운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셧다운은 미성년자가 심야 시간(오후 10시~오전 8시)에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2019년 도입됐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부모의 개인정보로 게임을 하는 등의 셧다운 우회 수단이 계속되자 텐센트가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CNBC는 “최근 몇년 간 중국 정부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비디오게임 중독과 그로 인한 청소년들의 건강 문제”라면서 “텐센트가 이번 조치로 당국의 추가 규제를 미리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텐센트는 또 알리바바그룹과 함께 상대방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에 도입해 양사 간 ‘가상장벽’을 허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자사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 티몰 등에서 텐센트의 전자결제 시스템인 위챗페이를 채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미라보증권의 닐 캠플링 IT·미디어 리서치 대표는 “그 같은 셀프 규제안은 규제당국을 앞지르고자 하는 움직임인데, 텐센트는 종종 눈치보기에 재빨랐지만 이번엔 알리바바가 특히 이례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래된 근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중국 빅테크 기업 특유의 과로 문화인 ‘996 근무’ 관행을 없애기 위해 “내달 1일부터 주말근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996 문화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과도한 업무강도를 빗댄 표현이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996 문화에 대해 “큰 축복”이라고 추켜세우며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올해 초 온라인 쇼핑업체 판둬둬의 직원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부작용이 계속되자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지난 14일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일원인 링젠궈가 관영매체에 996 문화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올리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뿐만 아니라 다른 동영상 공유 플랫폼 콰이서우는 지난달 이미 주말근무를 없앴다.

한편, 중국 당국의 계속된 디디추싱 총공세로 다른 차량 호출 업체들이 어부지리 상황을 누리고 있다. 배달 서비스 업체 메이퇀은 업계 1위 디디추싱에 밀려 2019년 폐지했던 차량 공유 앱을 2년만에 다시 출시했다. 중국지리자동차그룹이 운영하는 차량 호출 업체 차오차오는 할인 쿠폰을 대량 발급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