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파주 운정신도시 vs 한결같은 곤드레밥 [이송렬의 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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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신도시 마지막 퍼즐 3지구, 제일풍경채 그랑베뉴
변치 않는 건강한 맛을 가진 '곤드레밥'
변치 않는 건강한 맛을 가진 '곤드레밥'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서울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상승세는 서울에서 그치지 않고 수도권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요. 고양시는 1년 사이 아파트값이 45%나 뛰었고, 양주시도 35% 넘게 올랐습니다. 이 곳과 맞닿아있는 파주시도 28% 상승했죠. 드라이브 코스로만 생각했던 파주, 운정신도시에 들어서는 제일풍경채 2차 그랑베뉴(그랑베뉴)를 찾아가봤습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운정신도시를 찾았습니다. 서울을 빠져나와 자유로를 한참 달리다보니 운정신도시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우거진 녹음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저 멀리 하늘을 찌를듯한 아파트가 보입니다. 운정2동과 3동에 조성된 운정신도시입니다. 아파트촌을 지나 5분 정도를 더 달려가니 휑한 부지가 나옵니다. 그랑베뉴가 지어지는 3지구 다율동입니다. 부지 주변에 높은 가림막이 쳐져있을 뿐 어떤 공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파트가 들어설 곳 옆으로 아스팔트만 약간 깔려 있었습니다.
다율동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인 금릉과 운정까지 차량을 이용하면 각각 10분, 12분정도로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만 대중교통으로는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만약 버스를 이용한다면 운정역보다는 금릉역과 가깝습니다. "대중교통은 좀 불편하다"는 운정신도시 주민 얘기처럼 금릉역에서 서울까지 나가는 시간은 지하철로 대략 50분 남짓이 걸립니다. 향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서울 지하철 3호선이 들어온다고 하니 서울 접근성은 나아질 수 있겠습니다.
운정신도시를 돌아보다 만난 인근 주민은 "파주가 예전의 파주가 아니다.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운정2·3동에 이미 조성된 단지들을 살펴보니 '그랑베뉴 역시 이들 아파트와 비슷하게 만들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사이로 꾸며질 조경은 압권일 것 같습니다. 그랑베뉴 단지에서 조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48%로, 다른 단지들의 통상적인 조경률 30%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기자가 운정신도시를 찾은 날은 삼복(三伏) 가운데 첫 번째 드는 복날인 '초복'이었습니다.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심학산 자락의 '산뜨락 곤드레'를 방문했습니다. 다율동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파주출판단지에서는 5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는 이 곳에서 11년째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주력 메뉴는 바로 곤드레밥입니다. 여름이 제철이기도 한 곤드레 나물은 향이 그윽하고 줄기도 억세지 않아 먹기에 좋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가 많아 다이어트에는 물론 건강식품으로도 찾는다고 합니다.
점심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자리는 가족단위 손님들로 가득찼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 부부,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 등 다양한 연령층이 곤드레밥을 즐기러 왔습니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밥 냄새를 맡으면서 황태구이 곤드레밥 정식과 더덕구이 곤드레밥 정식을 시켰습니다. 날이 흐리다는 핑계로 곤드레가 올라간 녹두 빈대떡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이 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밥을 짓기 때문에 약 15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15년 같았던 15분이 흐르자 곤드레밥과 반찬들이 상으로 올라옵니다. 기본 반찬은 무려 10가지 이상입니다. 인당 한 마리씩 나오는 참조기, 오이 부추 부침, 고추장에 무친 방풍나물, 꽈리고추 멸치볶음, 콩나물 무침, 두부 조림, 도토리묵, 표고버섯무침, 김, 깻잎장, 열무김치 등입니다. 여기에 황태구이와 더덕구이, 곤드레밥, 된장국, 녹두전까지 더해지니 정말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한 상이 완성됩니다.
이 집은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MSG)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MSG를 안 쓰니까 건강한(맛 없는) 맛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표고버섯 무침을 입으로 가져갑니다.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기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양한 맛이 혀를 감쌉니다. 버섯의 특유의 향과 짠맛, 단맛 등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져 먹는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다른 반찬들도 제 고정관념을 박살내며 자기 만의 맛을 뽐냅니다.
황태구이와 더덕구이도 먹어봅니다. 두 음식 모두 직접 담근 고추장을 발라 굽습니다. 주인장은 매년 고추장을 담그는데 보리알을 넣어 고추장의 깊은 맛을 더합니다. 맛있는 고추장을 발라 구은 황태를 채썬 파와 함께 먹으니 파향과 황태가 어우러져 '밥도둑'이 됩니다. 더덕구이도 정성이 느껴집니다. 손님을 생각해 적당히 두드려 부드러운 식감과 불향을 입혀 식욕을 자극합니다. 보통 황태구이나 더덕구이는 맵고 자극적인데 여기 음식은 전혀 맵지 않습니다.
반찬을 뒤로 하고 곤드레밥을 먹습니다. 압력밥솥에서 지어 더욱 부드러운 곤드레 나물과 윤기가 흐르는 밥알, '밥만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다진 양파, 홍고추, 부추가 섞인 양념장을 듬뿍 떠 밥에 넣고 비비는데 약간 꼬릿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진간장 대신 조선간장을 양념장에 쓴답니다. 오히려 조선간장의 냄새가 입맛을 더 돋웁니다.
일반 곤드레밥 정식 가격은 1만1000원, 황태구이 정식과 더덕구이 정식은 각각 1만8000원, 2만원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가격이지만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과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지어서 나오는 밥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할 가격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랑베뉴 가격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합리적입니다. 전용 84㎡ 3억8930만~4억3740만원입니다. 특히 추첨제 물량이 전용 84㎡ 이하에선 25%, 전용 86㎡ 이상에서는 70%가 나와 실수요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전용 84㎡A(기타지역)에선 경쟁률은 60.27대 1을 기록했고, 전용 104㎡A(기타지역)에선 69점짜리 고가점통장이 나왔습니다. 69점은 4인가족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점수입니다.
그랑베뉴에서 ‘그랑’(Gran)은 거대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그란디스(grandis)’를 어원으로 하는 불어식 발음이고, ‘베뉴’(venue)는 장소, 길이라는 뜻인데요. 합치면 ‘큰 길’, ‘큰 장소’ 정도의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랑베뉴가 지어지는 운정신도시 3지구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 운정신도시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랑베뉴가 운정신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파주=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