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 대신" 강남 부자들 우르르…13억 뚫은 제주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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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상승률 서울의 두 배
비규제 효과에 학군수요 유입
"강남 자산가들 몰려 들어"
비규제 효과에 학군수요 유입
"강남 자산가들 몰려 들어"
"최근 매물이 별로 없어요. 조건이 좋은 매도 물건은 하루 만에 계약되기도 합니다. 현지 도민들은 값이 너무 올라 접근하지 못하고 주로 육지 고객들이 매수를 많이 하죠.”(제주시 노형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한때 차이나 머니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조정받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발(發)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을 거쳐 지방까지 확산하더니 이젠 국토 끝자락인 제주 시장마저 달궈놓았다.
제주는 규제가 거의 없는데다 교육여건도 좋은 편이다. 인기 지역의 단지들을 중심으로 10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제주도 10억'은 과도하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출도 되는데 10억이면 괜찮은 편'이 돼 버렸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전용 118㎡도 올 초 10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등 매수 수요가 늘더니 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서울·부산 등에서 문의해오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노형 e편한세상’ 전용 163㎡도 최근 역대 최고가인 11억5000만원(15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총 가구 수가 350가구인 이 아파트에선 현재 매도 매물이 단 1건밖에 없다. 전용 125㎡ 매물의 호가도 1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제주 부동산 시장은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50만달러 또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인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것이 계기로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사태와 한한령(限韓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차이나 머니가 끊겼고 집값은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7년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0.35% 내렸고, 2018년에도 2.35% 하락했다. 2019년(-2.68%)과 2020년(-1.17%)에도 하락세였다.
하지만 제주 아파트값은 작년 말부터 반등하는 분위기다. 월간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지난달 제주 주택가격상승률이 0.92%을 기록했다. 2016년 2월(0.99%) 이후 5년5개월여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이 기간 서울 주택가격상승률이 0.4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제주 주택 매매가는 올 들어 0.12%→0.15%→0.10%→0.18%→0.59%→0.92% 등으로 상승폭을 계속 늘려왔다.
노형동 Y공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대신 제주를 찾는 내국인들도 늘어난 데다가 학군 수요까지 있을 것이라 판단한 투자 수요가 많다”며 “실제 서울 강남지역의 자산가나 전문직 등 고액 연봉자들이 국제학교에 대한 문의를 하면서 제주 부동산도 같이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지역 J공인 대표도 “최근 상승 흐름이 가팔라지면서 집주인들이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일단 보류하고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상승세가 일부 인기 지역에 편중되는 분위기라는 의견도 있다. 제주 외곽지역이나 구축 단지들의 추세는 여전히 침체라는 것이다. 한 때 개발호재로 여겨지며 땅값을 올렸던 '제주 제 2공항' 추진은 더뎌지고 있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 전업투자자는 “제주처럼 어느 정도 수요가 뒷받침 되기에 부족한 중소 도시의 경우에는 섣불리 진입했다가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며 “하락기가 오면 가격 방어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한때 차이나 머니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조정받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발(發)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을 거쳐 지방까지 확산하더니 이젠 국토 끝자락인 제주 시장마저 달궈놓았다.
제주는 규제가 거의 없는데다 교육여건도 좋은 편이다. 인기 지역의 단지들을 중심으로 10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제주도 10억'은 과도하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출도 되는데 10억이면 괜찮은 편'이 돼 버렸다.
인기 단지 속속 10억 넘어가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제주에서 대장 단지로 꼽히는 연동 ‘대림 e편한세상2차’ 전용 139㎡는 지난 5월 말일(8층)에 1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2019년 12월만 해도 8억7000만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거래가만 놓고보면 약 1년 반만에 4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현재 호가는 13억원을 넘어섰다.인근 T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전용 118㎡도 올 초 10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등 매수 수요가 늘더니 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서울·부산 등에서 문의해오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노형 e편한세상’ 전용 163㎡도 최근 역대 최고가인 11억5000만원(15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총 가구 수가 350가구인 이 아파트에선 현재 매도 매물이 단 1건밖에 없다. 전용 125㎡ 매물의 호가도 1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제주 부동산 시장은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50만달러 또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인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것이 계기로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사태와 한한령(限韓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차이나 머니가 끊겼고 집값은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7년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0.35% 내렸고, 2018년에도 2.35% 하락했다. 2019년(-2.68%)과 2020년(-1.17%)에도 하락세였다.
하지만 제주 아파트값은 작년 말부터 반등하는 분위기다. 월간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지난달 제주 주택가격상승률이 0.92%을 기록했다. 2016년 2월(0.99%) 이후 5년5개월여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이 기간 서울 주택가격상승률이 0.4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제주 주택 매매가는 올 들어 0.12%→0.15%→0.10%→0.18%→0.59%→0.92% 등으로 상승폭을 계속 늘려왔다.
비규제 효과…학군 수요도 늘고 있어
전문가들은 비규제 효과를 집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주는 전국에서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유일한 두 곳(시·도 기준) 중 하나다. 비조정지역에서 집을 살 때는 주택담보대출 LTV를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학군 수요도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유학이 힘들어지면서 국내 국제학교로 눈을 돌리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제주엔 교육부로부터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는 국제학교 6곳 중 4곳이 이곳에 있다. 게다가 앞으로 국제학교 2곳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노형동 Y공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대신 제주를 찾는 내국인들도 늘어난 데다가 학군 수요까지 있을 것이라 판단한 투자 수요가 많다”며 “실제 서울 강남지역의 자산가나 전문직 등 고액 연봉자들이 국제학교에 대한 문의를 하면서 제주 부동산도 같이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지역 J공인 대표도 “최근 상승 흐름이 가팔라지면서 집주인들이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일단 보류하고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상승세가 일부 인기 지역에 편중되는 분위기라는 의견도 있다. 제주 외곽지역이나 구축 단지들의 추세는 여전히 침체라는 것이다. 한 때 개발호재로 여겨지며 땅값을 올렸던 '제주 제 2공항' 추진은 더뎌지고 있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 전업투자자는 “제주처럼 어느 정도 수요가 뒷받침 되기에 부족한 중소 도시의 경우에는 섣불리 진입했다가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며 “하락기가 오면 가격 방어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