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태어난 베들레헴에 한반도가?…같은듯 다른 한국·이스라엘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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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북한도(Not only Palestine, but also N. Korea)”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기독교의 성지이자, 다윗의 탄생지로 유대교의 성지이기도 한 베들레헴의 거대한 장벽 위에 한반도 지도와 함께 새겨진 문구입니다.
두 종교의 성지인 동시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들레헴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부딪히는 치열한 분쟁 지역입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위치해 팔레스타인의 관할 지역이지만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도 가까워 수많은 성지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하지만 베들레헴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두 민족과 종교를 가르는 이 거대한 장벽을 마주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구분하는 일종의 ‘민족 장벽’이자 ‘종교 장벽’입니다.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으로 세워진 이 거대한 장벽에는 수많은 벽화와 문구가 새겨져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고 양 민족 간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남북한 관계를 바라보는 국내의 엇갈린 시각과도 일면 유사합니다. 지난 2018년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한반도와 이 문구였습니다. 별다른 부연 설명은 없지만, 북한을 자신들과 동일시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돼있습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200명이 부상을 입고 2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나오자 하마스는 5월 11일 이스라엘 경찰을 향해 오후 6시까지 모스크에서 철수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냅니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지나도록 이스라엘 경찰이 철수하지 않자 최소 150발의 로켓포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합니다. 이스라엘 본토에서 2명의 민간인 여성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해 보복 공격을 펼치며 최소 20명이 숨집니다. 같은달 21일 양측이 휴전 협정을 맺기까지 팔레스타인에서 248명, 이스라엘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양측의 부상자는 2200명에 달합니다.
이같은 ‘11일 전쟁’의 피해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고스란히 집중됩니다. 어린이 사망자만 68명에 달합니다. 이 전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담당하던 의료 기관의 3분의 1이 파괴됩니다.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점령한 2007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이스라엘과 다섯 차례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했는데 인명피해 규모는 이번이 가장 컸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7만2000여명입니다.
이스라엘은 11일 전쟁에서 1500여회의 폭격에 성공합니다. 반대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본토에 발사한 로켓은 4360여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 돔’으로 하마스의 로켓포 90% 이상을 격추합니다. 이스라엘군이 2011년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인 아이언 돔은 1개 포대에 대공탐지 레이더와 20발의 요격 미사일로 구성됩니다. 고도 10㎞ 이하에서 적의 포탄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습니다. 창만 든 하마스와 창과 방패를 모두 든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었던 셈입니다.
아이언 돔 외에도 최근 한국 언론에는 이스라엘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지난 5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습니다. 말만 무성하던 백신스와프를 처음 맺은 국가도 이스라엘이었습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에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70만회분을 보냅니다. 현지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6일 “팔레스타인이 딜을 거부한 뒤, 이스라엘이 70만 백신을 한국에 보냈다”며 “백신 스와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곧 유통기한에 다다르는 화이자 백신을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고 보도합니다. 한국은 오는 9~11월 이스라엘이 제공한 동일한 분량의 화이자 백신을 반환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양국 우정과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밝힙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아시아 대륙의 양 끝단에 위치해 작은 국토에서도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강소국’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비슷한 지정학적인 상황에서도 한국과 이스라엘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대칭·비대칭 전력 할 것 없이 군사적으로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스라엘은 비공식 핵 보유국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이 해·공군력에서 북한을 압도한다 할지라도 북한의 핵무기로 인해 비대칭전력에서 절대 불균형입니다. 이 때문에 남북 관계에서의 한국과 이·팔 관계에서의 이스라엘이 같은 입장이라 보긴 어려운 것이죠.
남북한 사이에서는 두 차례의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1953년 휴전 이후 숱한 군사 공격과 도발이 어느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이러한 군사 도발에 맞서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조차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몇 년째 축소 시행되고 있고 다음달로 예정된 후반기 훈련도 축소 시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베들레헴의 벽화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북한에 동질감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북한 또한 지난 11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의 글을 싣고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며 대표 사례로 팔레스타인을 꼽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그로 인한 주민들의 빈곤, 자신들의 적국(한국·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양측이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1년 전 북한은 170여억원의 한국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적반하장으로 “입 건사를 잘못하면 이제 잊혀 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협박합니다. 그사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는 커녕 몇 달 뒤 서해상에서 공무원 한명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는 끔찍한 참사까지 벌어졌습니다. 과연 베들레헴 장벽에 한반도를 그려넣은 팔레스타인인이 이러한 상황까지 알았다면 과연 남과 북 중 어느 쪽을 자신들과 동일시했을지 궁금합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기독교의 성지이자, 다윗의 탄생지로 유대교의 성지이기도 한 베들레헴의 거대한 장벽 위에 한반도 지도와 함께 새겨진 문구입니다.
두 종교의 성지인 동시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들레헴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부딪히는 치열한 분쟁 지역입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위치해 팔레스타인의 관할 지역이지만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도 가까워 수많은 성지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하지만 베들레헴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두 민족과 종교를 가르는 이 거대한 장벽을 마주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구분하는 일종의 ‘민족 장벽’이자 ‘종교 장벽’입니다.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으로 세워진 이 거대한 장벽에는 수많은 벽화와 문구가 새겨져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고 양 민족 간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남북한 관계를 바라보는 국내의 엇갈린 시각과도 일면 유사합니다. 지난 2018년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한반도와 이 문구였습니다. 별다른 부연 설명은 없지만, 북한을 자신들과 동일시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돼있습니다.
'11일 전쟁'과 아이언돔
지난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슬람교 3대 성지 중 한 곳인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의 시위를 강제 진압한 것이 발단이 됩니다. 시위는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에 유대인 정착민을 이주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 퇴거한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며 일어났습니다.시위 진압 과정에서 200명이 부상을 입고 2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나오자 하마스는 5월 11일 이스라엘 경찰을 향해 오후 6시까지 모스크에서 철수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냅니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지나도록 이스라엘 경찰이 철수하지 않자 최소 150발의 로켓포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합니다. 이스라엘 본토에서 2명의 민간인 여성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해 보복 공격을 펼치며 최소 20명이 숨집니다. 같은달 21일 양측이 휴전 협정을 맺기까지 팔레스타인에서 248명, 이스라엘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양측의 부상자는 2200명에 달합니다.
이같은 ‘11일 전쟁’의 피해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고스란히 집중됩니다. 어린이 사망자만 68명에 달합니다. 이 전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담당하던 의료 기관의 3분의 1이 파괴됩니다.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점령한 2007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이스라엘과 다섯 차례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했는데 인명피해 규모는 이번이 가장 컸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7만2000여명입니다.
이스라엘은 11일 전쟁에서 1500여회의 폭격에 성공합니다. 반대로 하마스가 이스라엘 본토에 발사한 로켓은 4360여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 돔’으로 하마스의 로켓포 90% 이상을 격추합니다. 이스라엘군이 2011년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인 아이언 돔은 1개 포대에 대공탐지 레이더와 20발의 요격 미사일로 구성됩니다. 고도 10㎞ 이하에서 적의 포탄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습니다. 창만 든 하마스와 창과 방패를 모두 든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었던 셈입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국과 이스라엘
한국군도 이같은 아이언돔 도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13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회의를 열고 국내 연구개발로 장사정포 요격체계, 이른바 ‘한국형 아이언 돔’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년부터 2035년까지 약 2조8900억원이 투입됩니다. 북한이 서울을 겨냥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전진배치한 1000여문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입니다.아이언 돔 외에도 최근 한국 언론에는 이스라엘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지난 5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습니다. 말만 무성하던 백신스와프를 처음 맺은 국가도 이스라엘이었습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에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70만회분을 보냅니다. 현지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6일 “팔레스타인이 딜을 거부한 뒤, 이스라엘이 70만 백신을 한국에 보냈다”며 “백신 스와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곧 유통기한에 다다르는 화이자 백신을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고 보도합니다. 한국은 오는 9~11월 이스라엘이 제공한 동일한 분량의 화이자 백신을 반환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양국 우정과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밝힙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아시아 대륙의 양 끝단에 위치해 작은 국토에서도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강소국’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비슷한 지정학적인 상황에서도 한국과 이스라엘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대칭·비대칭 전력 할 것 없이 군사적으로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스라엘은 비공식 핵 보유국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이 해·공군력에서 북한을 압도한다 할지라도 북한의 핵무기로 인해 비대칭전력에서 절대 불균형입니다. 이 때문에 남북 관계에서의 한국과 이·팔 관계에서의 이스라엘이 같은 입장이라 보긴 어려운 것이죠.
남북한 사이에서는 두 차례의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1953년 휴전 이후 숱한 군사 공격과 도발이 어느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이러한 군사 도발에 맞서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조차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몇 년째 축소 시행되고 있고 다음달로 예정된 후반기 훈련도 축소 시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베들레헴의 벽화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북한에 동질감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북한 또한 지난 11일 외무성 홈페이지에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의 글을 싣고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며 대표 사례로 팔레스타인을 꼽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그로 인한 주민들의 빈곤, 자신들의 적국(한국·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양측이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1년 전 북한은 170여억원의 한국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적반하장으로 “입 건사를 잘못하면 이제 잊혀 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협박합니다. 그사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는 커녕 몇 달 뒤 서해상에서 공무원 한명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는 끔찍한 참사까지 벌어졌습니다. 과연 베들레헴 장벽에 한반도를 그려넣은 팔레스타인인이 이러한 상황까지 알았다면 과연 남과 북 중 어느 쪽을 자신들과 동일시했을지 궁금합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