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기업들의 채권 발행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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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현금부자’ 기업들이 채권 발행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차입금을 다 갚고도 현금이 남을 만큼 쌓아놓은 돈이 많지만, 워낙 금리가 낮은 까닭에 남의 돈을 빌리는 게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래를 대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들이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로 꼽힌다.
‘서머너즈워’로 유명한 게임회사 컴투스는 오는 27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1998년 회사 설립 이후 23년 만에 처음 발행하는 회사채다. 컴투스의 회사채 발행 소식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컴투스는 현금성 자산이 지난 3월 말 기준 6197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돈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총차입금(119억원)을 뺀 순현금으로 따져도 6078억원 규모다.
현금부자 기업의 채권 발행은 컴투스만이 아니다. 지난 13일엔 ‘검은사막’이란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펄어비스가 설립 후 첫 회사채를 발행해 1470억원을 조달했다. 펄어비스도 순현금이 2954억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앞서 9일엔 현대모비스가 3500억원어치 공모채를 발행했다. 11년 만의 회사채 발행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순현금이 5조6834억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현금부자다. 이밖에 현대차(순현금 12조1153억원), 엔씨소프트(1조6998억원), 네이버(7302억원), 넷마블(3247억원) 등의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현금부자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초저금리 때문이다. 많은 회사채 발행에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연 4~6%대였다. 금융위기 이후 연 1~2%대로 떨어지더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 8월에는 연 0.795%로 사상 최저점을 찍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푼 결과였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3~1.4%대로 오르면서 현금부자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기 전에 채권을 발행해 미리 자금을 확보해두려고 기업이 많다”며 “이는 현금을 두둑이 쌓아두고 있는 기업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타인자본 비용은 낮아졌는데, 주주 권리 강화로 자기자본 비용은 높아진 것과도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기업 내부 현금은 사실 공짜가 아니다.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는 모두 ‘주주들의 몫’인데, 이에 대해 기업은 ‘주주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돌려줘야 한다. 받을 몫이 명확한 채권자에 비해, 주주들은 불확실성이 커 보통 채권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현대모비스가 5조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고도 굳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KB증권은 현대모비스의 자기자본 비용을 연 9.9%로 추정하고 있다. 연 1~2%대인 타인자본 비용보다 비싼 재원이다.
미래를 대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현금부자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각종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네이버는 올해 원화채로 7000억원, 외화채로 8억달러(약 9132억원)를 조달했다. 1년 전 2조원이 넘던 순현금은 현재 7301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올해 2월 회사채로 조달한 4000억원을 전액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쓰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도 조달한 3500억원을 전부 미래 사업을 위해 투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현금부자 기업의 채권 발행은 컴투스만이 아니다. 지난 13일엔 ‘검은사막’이란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펄어비스가 설립 후 첫 회사채를 발행해 1470억원을 조달했다. 펄어비스도 순현금이 2954억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앞서 9일엔 현대모비스가 3500억원어치 공모채를 발행했다. 11년 만의 회사채 발행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순현금이 5조6834억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현금부자다. 이밖에 현대차(순현금 12조1153억원), 엔씨소프트(1조6998억원), 네이버(7302억원), 넷마블(3247억원) 등의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현금부자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초저금리 때문이다. 많은 회사채 발행에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연 4~6%대였다. 금융위기 이후 연 1~2%대로 떨어지더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 8월에는 연 0.795%로 사상 최저점을 찍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푼 결과였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3~1.4%대로 오르면서 현금부자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기 전에 채권을 발행해 미리 자금을 확보해두려고 기업이 많다”며 “이는 현금을 두둑이 쌓아두고 있는 기업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타인자본 비용은 낮아졌는데, 주주 권리 강화로 자기자본 비용은 높아진 것과도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기업 내부 현금은 사실 공짜가 아니다.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는 모두 ‘주주들의 몫’인데, 이에 대해 기업은 ‘주주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돌려줘야 한다. 받을 몫이 명확한 채권자에 비해, 주주들은 불확실성이 커 보통 채권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현대모비스가 5조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고도 굳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KB증권은 현대모비스의 자기자본 비용을 연 9.9%로 추정하고 있다. 연 1~2%대인 타인자본 비용보다 비싼 재원이다.
미래를 대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도 현금부자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각종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네이버는 올해 원화채로 7000억원, 외화채로 8억달러(약 9132억원)를 조달했다. 1년 전 2조원이 넘던 순현금은 현재 7301억원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올해 2월 회사채로 조달한 4000억원을 전액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쓰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도 조달한 3500억원을 전부 미래 사업을 위해 투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