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기술대국 日, 유니콘 못 키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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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니콘 6곳, 세계 11위 그쳐
상장 우선 풍토·영세한 VC탓
한국도 이스라엘·브라질에 뒤져"
정영효 도쿄 특파원
상장 우선 풍토·영세한 VC탓
한국도 이스라엘·브라질에 뒤져"
정영효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기술대국 日, 유니콘 못 키우는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07.19613731.1.jpg)
하지만 일본은 예외다. 지난달 24일 기준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6곳으로 세계 11위에 그쳤다. 인구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캐나다(11개)는 물론 한국(10개)의 유니콘 기업이 훨씬 많다. 세계 3대 경제국끼리는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미국은 374개, 중국은 151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특파원 칼럼] 기술대국 日, 유니콘 못 키우는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960299.1.jpg)
그런데도 왜 일본의 유니콘은 적은가에 대한 답은 결국 기업 풍토와 제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상장을 앞둔 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인터넷 쇼핑몰 쿠팡 등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조원을 훌쩍 넘긴 한국의 신흥기업을 소개했다.
일본의 유니콘을 뜯어보면 일본 벤처 생태계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페이디는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만으로 인터넷 상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로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서비스 지역을 일본에 국한하지 않고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의 공용어는 영어, 사원 절반은 30개국 출신의 외국인들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미국과 홍콩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 벤처기업은 페이디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다. 회사가 좀 컸다 싶으면 도쿄마더스시장에 상장해 버린다. 이 시장은 1999년 성장성 있는 신흥기업에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됐다. 그런데 어지간한 기업은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상장 문턱이 낮다 보니 유니콘의 등장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란 지적을 받는다.
유니콘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VC)의 역량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일본 VC는 펀드 규모가 100억엔 미만이다. 벤처기업 1곳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이 10억엔에도 못 미친다. 유니콘을 꿈꾸는 기업에는 턱 없이 적은 액수다.
유니콘이 여럿 탄생하는 토대를 갖추려면 100억엔 정도는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VC가 많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세한 일본 VC 대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VC시장의 해외자금 비중은 2~3%에 그친다.
매년 급증하는 세계 유니콘 기업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조사회사 CB인사이츠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은 729개에 달한다. 1년 새 251개(52.5%)가 늘었다. 유니콘 기업 숫자가 250개에서 500개로 증가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500개에서 약 750개로 늘어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기술 혁신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은 증가 속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는 규모의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적으로 펴고 있어서다.
이 영향으로 초창기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VC)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헤지펀드들도 벤처기업에 출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금은 넘치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미래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1269억달러(약 145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