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기술대국 日, 유니콘 못 키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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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니콘 6곳, 세계 11위 그쳐
상장 우선 풍토·영세한 VC탓
한국도 이스라엘·브라질에 뒤져"
정영효 도쿄 특파원
상장 우선 풍토·영세한 VC탓
한국도 이스라엘·브라질에 뒤져"
정영효 도쿄 특파원
주요국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배출 경쟁이 치열하다. 차세대 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유니콘 기업을 많이 배출한 국가의 면면을 보면 이런 평가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일본은 예외다. 지난달 24일 기준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6곳으로 세계 11위에 그쳤다. 인구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캐나다(11개)는 물론 한국(10개)의 유니콘 기업이 훨씬 많다. 세계 3대 경제국끼리는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미국은 374개, 중국은 151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유니콘 기업이 1년 전 3곳에서 2배로 늘긴 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에선 146개와 27개의 유니콘이 새로 등장했다. 자타공인 기술대국 일본으로선 납득하기 쉽지 않은 성적표다.
대부분의 유니콘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을 금융, 유통과 같은 기존 서비스에 접목시켜 혁신을 일으켰다. 주력 산업이 전통 제조업이라지만 인구 1억2600만 명의 일본은 서비스업이 약한 나라가 아니다. 로봇 양자물리학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첨단기술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왜 일본의 유니콘은 적은가에 대한 답은 결국 기업 풍토와 제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상장을 앞둔 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인터넷 쇼핑몰 쿠팡 등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조원을 훌쩍 넘긴 한국의 신흥기업을 소개했다.
신문은 창업 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는 점을 한국에서 거대 신흥기업이 잇따라 탄생하는 비결로 꼽았다. 인구 5200만 명의 내수 시장에만 기대어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내수 시장만으로도 기업이 먹고 살 만하다 보니 세계 시장을 넘보는 기업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일본의 유니콘을 뜯어보면 일본 벤처 생태계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페이디는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만으로 인터넷 상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로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서비스 지역을 일본에 국한하지 않고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의 공용어는 영어, 사원 절반은 30개국 출신의 외국인들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미국과 홍콩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 벤처기업은 페이디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다. 회사가 좀 컸다 싶으면 도쿄마더스시장에 상장해 버린다. 이 시장은 1999년 성장성 있는 신흥기업에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됐다. 그런데 어지간한 기업은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상장 문턱이 낮다 보니 유니콘의 등장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란 지적을 받는다.
2010년 이후 올해 5월 초까지 마더스시장에 상장한 기업 315곳의 상장 첫날 평균 시가총액은 199억엔(약 2075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콘 기준의 20%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사 1705곳의 첫날 평균 시가총액은 935억엔이었다. 마쓰모토 나오히토 퓨처벤처캐피털 사장은 “일본은 투자 회수 수단이 IPO로 한정돼 있어 미성숙한 상장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니콘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VC)의 역량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일본 VC는 펀드 규모가 100억엔 미만이다. 벤처기업 1곳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이 10억엔에도 못 미친다. 유니콘을 꿈꾸는 기업에는 턱 없이 적은 액수다.
유니콘이 여럿 탄생하는 토대를 갖추려면 100억엔 정도는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VC가 많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세한 일본 VC 대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VC시장의 해외자금 비중은 2~3%에 그친다.
벤처기업 투자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로 한국의 절반이다. 미국과 중국은 0.7%와 0.5%에 달한다. 그렇지만 한국이 일본에 앞선 것을 기뻐할 때는 아니다. 작년 11개였던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0개로 줄었다. 지난해 유니콘 기업이 7개였던 이스라엘과 브라질은 올해 각각 18개와 12개로 늘었다. 이스라엘 인구는 879만 명으로 한국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은 증가 속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는 규모의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적으로 펴고 있어서다.
이 영향으로 초창기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VC)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헤지펀드들도 벤처기업에 출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금은 넘치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미래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1269억달러(약 145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일본은 예외다. 지난달 24일 기준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6곳으로 세계 11위에 그쳤다. 인구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캐나다(11개)는 물론 한국(10개)의 유니콘 기업이 훨씬 많다. 세계 3대 경제국끼리는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미국은 374개, 중국은 151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유니콘 기업이 1년 전 3곳에서 2배로 늘긴 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에선 146개와 27개의 유니콘이 새로 등장했다. 자타공인 기술대국 일본으로선 납득하기 쉽지 않은 성적표다.
대부분의 유니콘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을 금융, 유통과 같은 기존 서비스에 접목시켜 혁신을 일으켰다. 주력 산업이 전통 제조업이라지만 인구 1억2600만 명의 일본은 서비스업이 약한 나라가 아니다. 로봇 양자물리학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첨단기술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왜 일본의 유니콘은 적은가에 대한 답은 결국 기업 풍토와 제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상장을 앞둔 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인터넷 쇼핑몰 쿠팡 등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조원을 훌쩍 넘긴 한국의 신흥기업을 소개했다.
신문은 창업 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는 점을 한국에서 거대 신흥기업이 잇따라 탄생하는 비결로 꼽았다. 인구 5200만 명의 내수 시장에만 기대어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내수 시장만으로도 기업이 먹고 살 만하다 보니 세계 시장을 넘보는 기업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일본의 유니콘을 뜯어보면 일본 벤처 생태계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페이디는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만으로 인터넷 상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로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서비스 지역을 일본에 국한하지 않고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의 공용어는 영어, 사원 절반은 30개국 출신의 외국인들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미국과 홍콩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 벤처기업은 페이디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다. 회사가 좀 컸다 싶으면 도쿄마더스시장에 상장해 버린다. 이 시장은 1999년 성장성 있는 신흥기업에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됐다. 그런데 어지간한 기업은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상장 문턱이 낮다 보니 유니콘의 등장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란 지적을 받는다.
2010년 이후 올해 5월 초까지 마더스시장에 상장한 기업 315곳의 상장 첫날 평균 시가총액은 199억엔(약 2075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콘 기준의 20%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사 1705곳의 첫날 평균 시가총액은 935억엔이었다. 마쓰모토 나오히토 퓨처벤처캐피털 사장은 “일본은 투자 회수 수단이 IPO로 한정돼 있어 미성숙한 상장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니콘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털(VC)의 역량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일본 VC는 펀드 규모가 100억엔 미만이다. 벤처기업 1곳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이 10억엔에도 못 미친다. 유니콘을 꿈꾸는 기업에는 턱 없이 적은 액수다.
유니콘이 여럿 탄생하는 토대를 갖추려면 100억엔 정도는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VC가 많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세한 일본 VC 대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VC시장의 해외자금 비중은 2~3%에 그친다.
벤처기업 투자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로 한국의 절반이다. 미국과 중국은 0.7%와 0.5%에 달한다. 그렇지만 한국이 일본에 앞선 것을 기뻐할 때는 아니다. 작년 11개였던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0개로 줄었다. 지난해 유니콘 기업이 7개였던 이스라엘과 브라질은 올해 각각 18개와 12개로 늘었다. 이스라엘 인구는 879만 명으로 한국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매년 급증하는 세계 유니콘 기업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조사회사 CB인사이츠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은 729개에 달한다. 1년 새 251개(52.5%)가 늘었다. 유니콘 기업 숫자가 250개에서 500개로 증가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500개에서 약 750개로 늘어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기술 혁신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은 증가 속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는 규모의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적으로 펴고 있어서다.
이 영향으로 초창기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VC)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헤지펀드들도 벤처기업에 출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금은 넘치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미래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1269억달러(약 145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