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유일의 해외 작전부대인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코로나 확진 장병이 6명 나왔고, 유증상자도 80명에 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다 멀리 아덴만에 파병해 놓고 백신 전달도, 현지 접종도 않았다가 300여 명을 태운 구축함이 집단감염 위험에 처한 것이다. 지난 4월 해군함정에서 38명 확진자가 발생한 적도 있는데 왜 같은 우(愚)를 되풀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해부대는 군수물자 취급 등으로 현지인과 접촉도 있는데 군 당국은 접종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지난 2일 첫 증상자가 나온 뒤 감기약만으로 시간을 지체하다 13일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된 검사로 이런 상황을 파악했다. 미리 항공기 한 대 보냈으면 막을 수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이 국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지원 계획을 밝힌 지 두 달도 더 됐다. 그 사이 지원물량이 공수돼 왔는데도 이 지경이니, 육·해·공군 가운데 또 어떤 부대가 백신 접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 미심쩍기 그지없다.

군이 국민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군을 걱정하게 하는 일이 너무 잦다. 경계는 뚫렸고, 병영은 성추문으로 조용할 때가 없다. 물백신 소동에 저질 식단 논란까지, 추락하는 군을 지켜보기도 안타깝다. 지금 국방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백신행정을 보면 야전 지휘부격인 질병관리청도 미덥지 못하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55~59세 접종예약에서 접속장애를 초래하더니 이틀 만에 재개한 예약에선 사전에 ‘뒷문’을 열어둬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몇 시간씩 기다렸지만 접종 날짜를 못 잡은 대상자들은 예약시스템에 다른 접속 통로가 미리부터 있었고 실제 이용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국익 수호의 최전선에 파병한 부대는 집단 감염을 방치하고, 관심도 없다는 북한에는 굽신대며 백신을 주겠다는 정부다. 군 지휘선상의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질병청의 ‘뒷문 예약’도 작은 실수로 볼 수 없다. 정부 신뢰의 문제다. 조삼모사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투성이다. 이런 미숙한 행정, 단선적 정책에 시민의 자발적 협조와 인내도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결국 나사 풀린 정부가 문제다. “정부만 잘하면 다 잘될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