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중 가장 먼저 2학기 대면수업을 결정한 서울대에서 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학교 측과 달리 상당수 교수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서울대는 2학기 수업을 대면으로 한다는 기존 방침에 대해 “변동 사항은 없다”고 16일 밝혔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달 7일 학내 담화문을 통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생들에게 대학의 문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며 2학기 대면수업 확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대의 당초 계획과 달리 2학기 상당수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업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개별 교수에게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대를 기록하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교수가 늘고 있다.

다음달 예정된 수강신청 기간 이전에는 교수 재량으로 수업방식을 바꿀 수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실습이 많아서 1학기 대면수업을 했는데 강의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학생들이 대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것을 보고 대면으로 계획했던 수업을 비대면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2학기 수업계획 현황을 살펴보면 수업 5754개 중 대면수업 예정 강의는 2129개로 37.0%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실험·실습이 적은 상경계열과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비대면 수업 선호도가 더 높다. 서울대 경영대학은 2학기에 여는 강의 84개 중 대면수업 예정 강의가 12개(14.3%)뿐이다. 사회과학대학도 전체 307개 가운데 72개(23.5%)만 대면수업으로 할 예정이다.

수업 방식이 바뀌는 강의가 늘어나자 학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2학기 대면수업 여부를 묻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서울대 인근 부동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수업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원룸 계약을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며 “계약을 취소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해정 서울대 총학생회장 대행은 “수업방식이 계속 바뀌면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거취 결정이 어려워지는 만큼 학교는 이른 시일 안에 확정된 수업 운영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