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스톡에서 지난주와 지지난주 2주 연속 디디추싱 사태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맞냐는 질문을 하십니다. 이제 중국에서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빅테크들은 당분간 당국의 견제 속에 기를 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남은 투자 대상은 어디일까요. 중국이 그래도 미국과 G2를 구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주요국 가운데 경제 성장은 비교적 강하게 이어갈 전망인 만큼 중국 주식을 아예 버리는 것보다는 관심을 갖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주목하는 분야는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입니다.

전기차 신세력 F4(?)

우선 전기차 부문부터 보면, 중국에서 신세력이라고 불리는 전기차 전문업체들의 상반기 판매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신세력으로 주로 NIO로 많이 불리는 웨이라이, 샤오펑, 리샹 이렇게 세 기업을 많이 소개해 드렸는데요, 최근 중국에서는 네자라는 브랜드까지 더해서 F4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네자라는 이름은 중국 고대 설화에 나오는 나타를 중국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NIO는 6월에 8083대를 팔아서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4만2000대인데, 작년 상반기에 만1000여대를 판 것에 비하면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올해 1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샤오펑은 6월에 6565대를 팔았고요 역시 월간 신기록입니다. 상반기 3만700여대인데요, 작년 상반기 5500대보다 다섯 배 넘게 늘기도 했고, 또 작년 전체 판매량인 2만7000대도 넘어섰습니다.

리샹은 6월에 7713대를 팔았습니다. 작년 같은 달보다 네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상반기는 3만대를 조금 넘겼습니다.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네자는 6월에 5138대를 팔았고 상반기 전체는 2만1100여대를 판매했습니다. 네자는 중국 인민의 전기차라는 브랜드 전략을 내걸고 있습니다. 가격도 가장 싼 모델은 SUV인데도 6만8000위안, 약 12000만원에서 시작할 정도로 낮게 책정했습니다. 아직 상장은 안했습니다. 다른 신세력들처럼 미국에 갈지, 중국의 해외 상장 규제 분위기에 맞춰서 홍콩에 갈지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데요, 6월에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6월 자동차 판매량은 201만대였는데요, 작년 6월보다 12% 정도 줄어든 규모입니다. 그래도 전기차 판매는 늘었습니다. 순수전기차는 163% 늘어난 19만8000대였고요, 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합한 신에너지차 판매는 1.4배 증가한 25만6000대였습니다. 중국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보조금을 주면서 신에너지차로 묶어서 통계를 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판매는 좋았지만 전기차 신세력 주가는 요즘 좀 흔들렸습니다. NIO를 예로 들어보면, 2월 고점 당시 주가가 65달러 안팎이었고요, 5월 저점에 31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이후 두 달 가까이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50달러를 넘어섰다가 최근에 다시 45달러대로 밀렸습니다.
최근에 중국이 미국에 상장한 자국 기업들의 상장 적법성을 따져보겠다고 나서면서 신세력 3인방 주가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디디추싱 사태 이후 먼저 해외 상장 기업을 통제하겠다는 내용의 증권 위법 활동 엄격 단속 지침을 내놨고요, 그 일환으로 해외 상장 경로를 법제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회원 100만명 이상인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에는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인터넷안보심사규정 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여기까지 중국이 내놓은 조치들을 보면 결국 타깃은 중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빅테크라고 분석됩니다. 해외에 상장하는 건 엄밀히 보면 증권감독위원회 같은 금융당국에서 관장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칼자루를 든 건 인터넷 기강을 담당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거든요. 해외 상장 문제를 자본이 아니라 정보 내지는 영향력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 게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방침으로 보입니다.

다시 전기차 신세력으로 돌아가보면, 이들은 중국 국내 전기차 시장 주도권 쟁탈전을 놓고 테슬라와 치열하게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규제보다는 지원의 대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중국이 빅테크를 견제하는 이유가 빅테크의 영향력을 경계해서라고 한다면, 전기차 신세력은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주목받는 전기차 배터리 ETF

전기차 신세력만큼 주목되는 종목들이 배터리 주식들입니다. 몇 번 소개해드린 CATL은 이제 중국 증시 전체에서 시가총액이 4등까지 올라왔습니다. 마오타이가 2조4000억위안으로 여전히 1위고 공상은행이 1조7000억위안, 건설은행이 1조6000억위안 정도입니다. 그 다음에 CATL이 1조3000억위안으로 4위입니다. CATL 주가는 5월 이후 두달여 동안 45% 뛰었습니다.

그런데 CATL는 중국 정부가 외국인 거래 제한을 걸어놔서 한국의 일반투자자들은 홍콩을 통해서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CATL을 투자하는 펀드를 사는 방법이 있는데, 요즘 그래서 중국 전기차 ETF가 많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ETF로는 미래에셋의 타이거 차이나전기차 솔랙티브 ETF가 있습니다. 작년 12월 상장했는데 상장일 1만원에서 현재 1만7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이 ETF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ETF 가운데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이 ETF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글로벌X 차이나 전기차배터리 ETF와 기본적으로 구조가 비슷합니다. 글로벌X는 미래에셋이 2018년에 인수한 미국 ETF 전문 자산운용사입니다.

그런데 두 ETF가 담고 있는 종목이 완전히 같은 건 아니고요, 그래서 수익률도 조금이지만 차이가 납니다. 두 ETF 모두 구성종목은 20개씩인데, 홍콩의 글로벌X ETF는 구성종목 20개가 모두 개별주식이고요, 타이거차이나전기차 ETF는 개별종목 비중들이 조금씩 낮은 대신 홍콩 글로벌X ETF를 또 10% 이상 담고 있습니다.
이 ETF들의 강점이자 특징이라면 외국인 개인의 직접투자가 막혀있는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주식들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CATL이 5월 이후 45% 올랐다고 말씀드렸는데, 전기차배터리 ETF는 같은 기간 48% 올랐습니다. CATL이 워낙 주목받긴 했지만 다른 전기차 관련주들 중에선 더 오른 종목들도 많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홍콩증시의 글로벌X 전기차배터리 ETF는 구성종목 중 절반이 외국인 거래 제한 종목들입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미국에 상장돼 있는 전기차 신세력 3인방은 아직 구성종목에 넣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 ETF가 미국 주식을 아예 안 담는 것은 아니고요,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중국 전동스쿠터업체 니우, NIU는 2%정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반도체

전기차 다음으로는 반도체를 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차에서도 ETF를 봤으니 반도체 ETF부터 말씀드린다면 미래에셋 산하 글로벌X가 전기차배터리 ETF처럼 설계해서 운용하는 글로벌X 중국반도체 ETF가 있습니다. 구성 종목 수는 25개로 전기차배터리 ETF보다 다섯 개 더 많습니다.

글로벌X 중국반도체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3% 정도 되고요, 특히 최근 한달 상승률이 20%에 육박합니다. 디디추싱 사태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다시 본토 증시로 눈을 돌리면서 반도체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종목들을 보면 중국 반도체굴기의 상징으로 꼽히는 중신궈지, SMIC도 당연히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ETF 내에서 비중은 4.7% 내외로 중신궈지 자체 시가총액에 비해서 낮은 편입니다. 중신궈지에 이어서 중국 2위 파운드리로 꼽히는 화훙반도체가 2% 들어가 있고요.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중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팹리스, 설계 업체들입니다. 맥스센드라는 무선통신칩 팹리스와 플래시메모리업체 기가디바이스의 비중이 7.7% 내외로 가장 높습니다. 최근에 영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뉴포트웨이버앱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서 화제가 된 윙테크도 포함돼 있습니다.

장비업체로는 중국에서 가장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베이팡화창, 영문이름 나우라테크와 중웨이, 영문이름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패브리케이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중국 반도체 주식에서 먼저 ETF를 소개해 드린 건 투자 편의성 때문입니다. 앞서 종목들을 조금씩 소개해 드렸지만 여전히 25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저도 잘 모르는 종목들입니다. 전기차배터리에는 그래도 중국 배터리 1위 CATL이나 리튬업체인 간펑리튬 톈치리튬처럼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회사들이 있는데 반도체 부문은 중국이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중국의 희망이라고 하는 중신궈지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겨우 5% 안팎이니까요.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만큼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란 관점에서 보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발전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또 주가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하는만큼 중국 정부가 밀어준다고 하는 기업들 주가는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빅펀드라고 불리는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를 조성해서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24조원 규모 1차 펀드를 조성했고 1차 펀드는 이제 엑시트를 하고 있고요. 2019년에 35조원 규모 2차 빅펀드를 조성해서 자금을 넣고 있습니다. 장비주인 중웨이가 2차 빅펀드 투자를 받아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국유기업까지 구조조정

최근에는 팹리스 부문에서 강자로 꼽혔던 칭화유니그룹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최고 명문대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온 칭화대 산하 기업입니다. 칭화대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지분 51%를 갖고 있고,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자오웨이거 회장 측이 49%를 갖고 있습니다.

칭화유니그룹은 본업은 팹리스인데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도 설립하고 또 산하에 통신칩이나 광학칩 설계업체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계열 상장사 가운데 팹리스인 쯔광궈웨이는 앞서 말씀드린 중국반도체 ETF 구성종목이기도 하고요.

칭화유니 채권자 중 한 곳인 휘상은행이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의 파산 법정관리 신청서를 최근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결정하면 회사는 존속하면서 경영진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에서 자오 회장을 몰아내고 직접 경영하기 위해 파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반도체산업에서 대표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인데요.

칭화유니그룹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편에선 중국 반도체 굴기가 일어서기도 전에 망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구조조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칭화유니그룹 채무가 35조원 정도 되고, 자산은 50조원이 조금 넘는다고 하니 부실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쳐서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칭화유니는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 양치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하이실리콘이 미국 제재로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쓰지 못하게 되자 하이실리콘의 연구 인력 대부분을 쯔광짠루이로 이동시키기도 했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k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