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대항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대는 반도체 부문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대학원을 설립하고 지난 15일 개원식을 열었다. 베이징대 반도체대학원은 반도체 설계·제조 분야 기술자를 양성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14일에는 항저우과학기술대가 우한시에 반도체 관련 단과대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시의 신흥 명문대학인 선전기술대도 지난달 반도체 관련 단과대학을 신설했다. 선전기술대의 반도체대학은 중국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와의 협업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반도체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중국에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인재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우도 좋아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정보업체 샤먼마이크로플러스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 지역에서 근무하는 반도체 분야 종사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2만위안(약 5640만원)으로 중국의 지난해 1인당 연평균 소득 3만2189위안의 10배에 달한다.
중국의 반도체 분야 종사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년 전보다 8% 상승했으며 올해도 9%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보산업발전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분야 종사자는 2019년 51만2000명에서 오는 2022년에는 74만5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텐센트는 최근 홈페이지에 반도체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를 올렸다. 칩 디자인, 검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재를 모집한다. 텐센트는 그동안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인플레임 등 다양한 반도체 기업에 투자해 왔다. 이번 채용 공고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부문에서 자사 서비스에 맞는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중국의 다른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상당수가 이미 반도체 직접 개발에 착수했다. 텐센트와 함께 'BAT'로 불리는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이미 자체 반도체 설계업체를 설립했다.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을 운용하는 바이트댄스도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세제 지원 보조금 지급 등의 형태로 반도체 분야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빅펀드'라고 불리는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를 조성해 지분 투자도 하고 있다. 2019년 설립한 2차 빅펀드의 규모는 2040억위안(약 35조원)에 이른다.
이런 반도체 기업에 대한 육성 및 투자 정책에 힘입어 새로 생겨나는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기업 정보 관련 회사인 치차차(企査査)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새로 등록된 중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은 1만5700여 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