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방탄소년단) 신곡이 흘러나오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주말 라운딩을 위해 골프장으로 향한다. 새로 산 골프웨어를 입으니 왠지 오늘 스코어가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동 중 긴장을 풀기 위해 주말에 보려고 미뤄둔 웹툰과 드라마를 보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상의 인물 A씨의 주말 모습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곳곳에서 투자 포인트를 발견하는 이들이 있다.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는 자산운용사들이다. A씨의 일상이 투자가 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각각 색다른 테마를 앞세운 신상품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30일 국내 최초로 웹툰&드라마 ETF를 선보인다. K콘텐츠가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에 착안했다. 콘텐츠 제작 업체를 비롯해 이를 담은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점유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관련 테마가 향후 유망한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며 “이에 기반한 여러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K-POP ETF를 준비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출시를 앞둔 웹툰&드라마 ETF와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들의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자 이를 토대로 한 상품이 줄지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K-POP과 같은 K시리즈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 국민의 취미로 떠오르고 있는 골프를 테마로 한 상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골프 ETF를 내놓기 위해 에프앤가이드와 관련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웨어업체, 골프장 보유 회사들이 투자 후보군이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아진 골프 열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춘 ETF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기술 산업을 테마로 한 ETF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자율주행 ETF를 내놨다. TIGER글로벌자율주행&SOLACTIVE ETF다. 미국, 한국, 대만에 상장된 자율주행 관련 기업과 전기차 부품 기업 등에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스템 반도체 ETF를 이달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퀄컴, 엔비디아 등을 담는 ETF를 준비 중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이처럼 앞으로 뜰 테마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다른 ETF와 마찬가지로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고객이 원하는 테마마다 최소 하나의 ETF를 선보이는 백화점식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마가 돈이 되는 시대다 보니 투자자들이 몰릴 만한 테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라며 “다만 단기 유행을 좇다 보면 핫한 테마가 단기간에 열기가 식을 경우 투자자는 저조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