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이 19일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요구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차고 넘친다는 증거들은 어디 가고 앵무새처럼 비밀번호 타령만 하느냐"라고 반격에 나섰다.
한 검사장은 "며칠 전 사법부의 무죄 판결이 나왔고 1년 전에는 수사심의회의 무혐의 결정이 나왔다"며 "추미애 씨가 고른 수사팀이 9차례 무혐의 결재를 올리는 등 '검언유착' 프레임이 허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칠 뿐 아니라 이성윤(당시 서울중앙지검장)팀이 결정적 증거라고 내세운 부산 녹취록이 오히려 제가 무고하다는 증거라는 점이 오래 전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추미애 씨와 정진웅 부장(현 울산지검 차장검사)이 1년 전에 '이미 차고 넘치는 증거,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공언했는데 '차고 넘치는 증거들'은 다 어디 가고 아직 비밀번호 타령인가 묻겠다"며 "수사는 수사기관에서 책임지고 하는 것인데 이렇게 수사받는 사람한테 1년 넘게 스토킹처럼 매달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밀번호를 주니 안 주니 하는 것 자체가 수사팀만 알아야 할 내밀한 수사상황인데 그것을 수사기관과 정치인들이 합작해서 1년 내내 떠들어대며 압박을 가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불법"이라며 "기소된 공소장 공개조차 대대적으로 감찰하는 이 정부 방침에 따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동근 의원은 "핸드폰 포렌식은 범죄 혐의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이다"라며 "채널A 기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한동훈 검사장이 오바하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자기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제공해 포렌식에 협조하면 될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채널A 기자 무죄 판결을 '검언유착'으로 정의하고 "이 사건 관련한 거악인 내부조력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찰총장의 집요한 감찰과 수사 방해가 있었다"면서 "이동재 기자는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초기화했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 후 비번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수사나 재판에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추 전 장관에 대해서도 "휴대폰으로 보좌진에게 아들 군 관계자 연락처 문자를 보낸 추미애 씨야말로 왜 휴대폰 제출 안 했는지 묻겠다"고 항변했다.
한 검사장은 "조국, 정경심, 최강욱, 황희석, 제보자X 지현진, 장인수 등 친정권 인사들 수사에서는 본인 휴대폰 제출도 안 했다고 하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비밀번호 공개를 안 했다는데 거기에 추미애 씨나 신동근 의원 같은 분들이 왜 아무 말 않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 모 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의 휴가 연장에 대한 ‘카톡 보고’를 받아왔던 사실이 밝혀졌다.
추 장관은 보좌관의 전화 통화 의혹에 대해 “통화를 시킨 사실이 없다”, “보좌관이 뭐 하러 그런 사적 지시를 받느냐” 등의 입장을 밝혀왔지만, 검찰이 보좌관 휴대전화에 대한 모바일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서씨 부대 지원장교의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하는 등의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