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그라모폰이 선택한 박혜상, 뉴욕 메트오페라 주역으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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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개막 '마술피리'
주인공 파미나 역 맡아
성악가들에겐 '꿈의 무대'
파바로티·도밍고 등 거쳐가
조수미·홍혜경·홍혜란 등
韓프리마돈나 명맥 잇게 돼
주인공 파미나 역 맡아
성악가들에겐 '꿈의 무대'
파바로티·도밍고 등 거쳐가
조수미·홍혜경·홍혜란 등
韓프리마돈나 명맥 잇게 돼
1883년 문을 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1778년), 영국 왕립오페라극장(1732년) 등 다른 명문 오페라극장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혁신을 멈추지 않아서다. 영화를 제작하듯 화려한 무대 연출을 선보였고 최고의 성악가들을 불러 모았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도 여기를 주 무대로 삼았다. 공연 제작을 위한 투자도 엄청나다. 한 해 예산이 3억달러(약 3434억원)에 달한다. 주역으로 발탁되면 평생의 영광이라고 하는 이유다.
소프라노 박혜상(33·사진)이 뉴욕 메트오페라의 주역으로 데뷔한다. 오는 12월 10일 개막해 내년 1월 10일까지 공연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을 맡는다. 박혜상에 앞서 메트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했던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등 한국 프리마돈나의 명맥을 잇게 된 것. 지난 17일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박혜상을 전화로 만나 데뷔 소감을 물었다.
“꿈만 같죠. 하지만 긴장하진 않아요. 메트오페라는 제게 집 같은 곳이라서요. 어릴 때 ‘영아티스트’로 선정돼 3년 동안 오페라를 배운 곳이죠.”
박혜상에게 이번 무대는 큰 도전이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전막으로 공연하는 게 처음이어서다. 지금까지는 주요 아리아만 불렀다. 그는 “오페라 전체를 소화하는 건 처음이라 작품을 더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며 “작곡가인 모차르트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해석을 곁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을 파미나는 극중 ‘밤의 여왕’의 딸로서 남자 주인공 ‘타미노’와 사랑에 빠진다. 지금까지는 한없이 여리고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왔다. 박혜상은 기존 해석을 뒤집을 거라고 했다. “그녀가 타미노와의 사랑을 쟁취하려 나서는 걸 보면 강인한 여성상이 보입니다. 옛날처럼 의존적인 여성보다는 능동적인 여인이 지금 시대에 맞지 않을까요.”
진취적인 파미나의 모습은 박혜상이 걸어온 음악인생과도 닮았다. 그는 처음부터 주목받던 스타 성악가는 아니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한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오페라 단역부터 한 단계씩 주역을 향해 나아갔다. 뉴욕 메트오페라 무대에 오른 건 2017년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에서 단역(숲의 정령)을 맡으면서였다. 그 해 ‘피가로의 결혼’에선 조연 바르바리나, ‘헨젤과 그레텔’에선 이슬 요정 등을 맡았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피터 겔브 메트오페라단 총감독은 박혜상을 눈여겨봤다. 겔브 감독은 2018년 미국 패션지 ‘보그’와 함께 주최한 ‘2018 매트 갈라’ 무대에 그를 세웠다. 객석엔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도이치그라모폰 회장도 있었다.
박혜상의 아리아에 반한 트라우트만 회장은 3년 동안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해 전속계약을 맺었다. 5년여 만에 도이치그라모폰과 메트오페라 등 두 곳에서 주목하는 성악가로 성장한 것. 그는 “이렇게 주목받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클래식 팬들이 보내는 관심만큼 훌륭한 공연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박혜상은 바이올린 거장 핀커스 주커만(73)이 최근 줄리아드음악원의 마스터클래스에서 “한국인의 DNA에는 예술성이 없다”고 비하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이방인이라는 신분을 극복하려고 동양인 음악가들은 잠을 줄여가며 연습한다. 한국인이 음악성이 없다는 건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소프라노 박혜상(33·사진)이 뉴욕 메트오페라의 주역으로 데뷔한다. 오는 12월 10일 개막해 내년 1월 10일까지 공연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을 맡는다. 박혜상에 앞서 메트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했던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등 한국 프리마돈나의 명맥을 잇게 된 것. 지난 17일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박혜상을 전화로 만나 데뷔 소감을 물었다.
“꿈만 같죠. 하지만 긴장하진 않아요. 메트오페라는 제게 집 같은 곳이라서요. 어릴 때 ‘영아티스트’로 선정돼 3년 동안 오페라를 배운 곳이죠.”
박혜상에게 이번 무대는 큰 도전이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전막으로 공연하는 게 처음이어서다. 지금까지는 주요 아리아만 불렀다. 그는 “오페라 전체를 소화하는 건 처음이라 작품을 더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며 “작곡가인 모차르트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해석을 곁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을 파미나는 극중 ‘밤의 여왕’의 딸로서 남자 주인공 ‘타미노’와 사랑에 빠진다. 지금까지는 한없이 여리고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왔다. 박혜상은 기존 해석을 뒤집을 거라고 했다. “그녀가 타미노와의 사랑을 쟁취하려 나서는 걸 보면 강인한 여성상이 보입니다. 옛날처럼 의존적인 여성보다는 능동적인 여인이 지금 시대에 맞지 않을까요.”
진취적인 파미나의 모습은 박혜상이 걸어온 음악인생과도 닮았다. 그는 처음부터 주목받던 스타 성악가는 아니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한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오페라 단역부터 한 단계씩 주역을 향해 나아갔다. 뉴욕 메트오페라 무대에 오른 건 2017년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에서 단역(숲의 정령)을 맡으면서였다. 그 해 ‘피가로의 결혼’에선 조연 바르바리나, ‘헨젤과 그레텔’에선 이슬 요정 등을 맡았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피터 겔브 메트오페라단 총감독은 박혜상을 눈여겨봤다. 겔브 감독은 2018년 미국 패션지 ‘보그’와 함께 주최한 ‘2018 매트 갈라’ 무대에 그를 세웠다. 객석엔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도이치그라모폰 회장도 있었다.
박혜상의 아리아에 반한 트라우트만 회장은 3년 동안 러브콜을 보냈고, 지난해 전속계약을 맺었다. 5년여 만에 도이치그라모폰과 메트오페라 등 두 곳에서 주목하는 성악가로 성장한 것. 그는 “이렇게 주목받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클래식 팬들이 보내는 관심만큼 훌륭한 공연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박혜상은 바이올린 거장 핀커스 주커만(73)이 최근 줄리아드음악원의 마스터클래스에서 “한국인의 DNA에는 예술성이 없다”고 비하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이방인이라는 신분을 극복하려고 동양인 음악가들은 잠을 줄여가며 연습한다. 한국인이 음악성이 없다는 건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