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탈원전하는데 오겠나"
취업난도 가중…악순환 이어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소속 A교수에게 탈원전이 학생 모집에 미치는 영향이 없냐고 묻자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A교수의 말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원자력 학과 및 유사 학과를 둔 국내 17개 대학(KAIST, UNIST, 경희대, 서울대, 세종대, 조선대, 한양대, 포스텍 등) 신입생 수(학사~박사)는 탈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7년 817명이었으나 지난해 524명으로 36% 급감했다. 올해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부 신입생은 6명. 2017년(9명)의 66% 선이다.
작년 전체 재학생 수는 2190명으로 2017년(2777명)보다 21% 줄어들었다. 특히 학부생들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17개 대학 학부생은 2017년 2019명에서 작년 1566명으로 23% 감소했다. 석사, 학사, 석·박사통합 학생은 같은 기간 758명에서 624명으로 18% 줄었다.
원전산업 생태계 역시 붕괴가 시작된 지 오래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사업자 매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20조7655억원에서 2019년 15조9074억원으로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전 공급산업(원전 건설 및 운영, 안전, 연구, 지원 및 관리, 기타) 매출 역시 5조5034억원에서 3조9311억원으로 39% 급감했다.
원전 공급산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원전 건설 및 운영’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 매출은 2017년 4조5244억원에서 2019년 3조7978억원으로 2년 새 16% 줄었다. 5조원을 웃돌았던 2015~2016년과 확연히 대조된다. 신규 원전 건설 전면중단 등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원자로 개발, 안전성 개선 등 원자력 연구 관련 산업 매출 역시 2017년 3612억원에서 2019년 2758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짓지 않는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모순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허상으로 나타났다. 원전 공급산업의 2019년 해외 매출은 5424억원으로, 전년(1조1154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만큼 대학을 나선 이들의 취업난도 가중되고 있다. 2019년 17개 대학이 배출한 인력 가운데 취업자는 전년(301명)보다 62명 감소한 239명에 그쳤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