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코로나19 직후 보복소비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데 대응하기 위해 ‘돈줄’을 좨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은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 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는 데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가 지갑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물가를 밀어올릴 수요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자재값과 해상 운송료가 고공 행진하는 것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6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 상승했다. 치솟는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이 10% 뛰면, 소비자물가는 최대 0.2% 오른다고 분석했다. 이에 “물가를 자극하는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돈줄을 죄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씀씀이를 늘리면 여러 경로를 거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는 이른바 ‘재정 우위 인플레이션(재정 인플레이션)’이 한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경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반면 물가 안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응해 왔다”며 “한국의 통화정책과 불어나는 재정 씀씀이를 고려하면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