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배터리 발전 전략'에 거는 기대
주요국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점진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도 바빠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도입 등을 통한 전동화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는 이런 전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심장’과 같은 존재다. 2025년이 되면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전망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1991년 일본 업체가 최초로 상용화한 제품이다. 시장이 커진 것은 2000년대 이후다. 모바일산업 성장과 함께 소형 배터리 시장이 급팽창했다.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2010년부터는 전기차산업이 성장하면서 대형 제품의 시대가 열렸다. 넓은 내수 시장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와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한국 및 일본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국·중국·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95%를 점유하며 세계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EU와 미주를 중심으로 권역화가 강화되는 추세로 기업뿐 아니라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8일 ‘K-배터리 발전 전략’ 발표를 통해 ‘2030년 차세대 배터리 1등 국가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을 밝힌 것은 대단히 반길 일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2030년까지 40조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세제, 금융 등을 적극 지원해 대한민국을 글로벌 배터리 R&D 허브와 선도 제조기지, 핵심 ‘소부장’ 공급기지로 구축해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2030 K-배터리 발전 전략의 골자다.

정부가 발표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차세대 배터리 1등 기술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 추진, 둘째는 글로벌 선도기지 구축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생태계 조성, 셋째는 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수요시장 창출이다.

이 중 차세대 배터리 1등 기술력 확보는 향후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의 핵심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확보를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혁신적인 에너지밀도 향상을 추진 중이다. 특히 니켈 함량을 증가한 하이니켈 및 가격 저감을 위한 코발트프리 양극재 기술, 흑연 대신 실리콘 함량을 증가하는 음극재 기술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하는 전고체 전지는 각국별로 2030년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산·학·연이 연계해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NEDO 프로그램과 함께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연합했고, 미국은 DOE 산하 국립연구소와 대학은 물론, 이들 대학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특화된 기술로 상용화 개발 중에 있다. 한국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차세대 2차전지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소부장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 중에 있다. 삼성SDI는 핵심소재인 고체 전해질의 설계와 합성에 성공했고 현재 프로토타입 셀로 제작해 평가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이런 노력들이 차세대 배터리 조기 상용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세계 각국이 배터리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R&D, 세제, 금융 지원 등의 세부 추진과제들을 착실하게 실행에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리튬이온 배터리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 2021년 현재 6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고, 2030년 400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산업에서 한국이 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의 표준을 만들고, ‘사물배터리(BoT: Battery of Things) 시대’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