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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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공백'이 여전하다. 하루 접종자 수가 2만명대에서 크게 늘지 못하는 것은 물론,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데에도 '백신 가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도입 계약이 맺어지면 자화자찬만 하고 정확한 공급 일정은 함구로 일관하면서 왜 공백과 가뭄이 생기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다 50대 후반 예약 혼란 사태까지 빚어졌다. 정부는 9월까지 7700만회분, 4분기엔 9000만회분을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접종률이 꾸준한 속도로 높아지고 집단면역이 언제 달성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백신 접종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코로나 바이러스 완치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접종에서 제외된다는 게 아니라, 항체 형성 여부나 접종을 꼭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측 권고나 언급이 일체 없다는 점에서다. 1년 반 이상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이미 완치자 수는 지난 주말까지 15만9630명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들이 퇴원과 격리 해제될 당시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가 1년 반 전이나, 지금이나 없다는 점이다.

일단 본인들부터가 완치됐다는 점에 안도하고 사회 복귀에 먼저 신경쓰다 보니 직접적인 문제제기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방역의 초점이 감염 확산 방지에만 맞춰져 온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감염자 확인-동선 파악 및 역학 조사-철저한 격리 및 치료'까지만 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니 본인들조차 항체가 형성됐을 것이란 추측만 할 뿐, 면역 지속력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런 가운데 백신 접종 대상이 돼 이미 백신을 맞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잊힐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백신 공백이 본격화하면서 나랏돈으로 애써 치료한 이들의 여러 임상 정보나 항체 형성 여부 등 데이터를 왜 정부가 확보하지 않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일정 부분 항체 형성이 확인됐다면 많게는 16만명분(2차 접종 백신일 경우 32만회분)의 백신을 아끼고 '백신 가뭄'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100만명분, 1000만명분 정도의 물량이라야 더 생색낼 수 있고, 10만~20만명분을 절약하는 것은 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완치자의 항체 형성 관련한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그 데이터 확보와 축적은 분명 의미 있을텐데, 왜 시도하지 않았는지 지금이라도 정부에 묻고 싶다.

완치자 본인들의 건강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만약 항체가 형성됐다면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기대할 수 있는지, 면역 지속기간은 얼마나 될지, 항체가 있는 기간에 백신을 맞아도 문제 없는지, 오히려 면역력이 증강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 더 효과가 있는지 등이 그런 예다. 이런 정보가 어느 정도 있다면 사회생활에 복귀하는 완치자들에 대한 주변인들의 시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CT 등 고가의 검진항목도 모두 정부가 지원한다는 점에서 완치자의 각종 정보는 소중한 세금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왜 언급도 없고, 방치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완치자의 사후 관리는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 발생 가능성을 알리고, 치료 지원을 해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후 어떤 후유증을 겪었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없다. 감염자 격리와 치료에만 급급한 K방역의 수준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 사태는 무리한 자연질서에 개입한 인류문명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과 인류에 대한 위협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점에서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감염 확산을 막는 선진 방역행정체계를 갖추는 것은 향후 국가경쟁력에서 중요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백신 등의 개발에 막대한 정부 예산을 쏟을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잘 짜인 관련 행정대응 및 비상계획 체계를 갖추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완치자 관련된 부분은 완전히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