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다리던 조정? 주식 팔 때냐, 더 살 때냐
영국이 모든 코로나 관련 방역 규제를 푼 '자유의 날'인 19일(현지시간), 영국 내각의 1, 2인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도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방역을 책임지는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 우려는 이날 뉴욕 증시를 덮쳤습니다.

증시 개장 전부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미 국채 금리(10년물)가 연 1.2% 초반까지 급락하며 200일 이동평균선(1.21%)을 깨고 내려왔습니다. 이에 다우 지수는 448포인트(-1.29%) 떨어친 채 출발하는 등 주요 지수는 모두 1.1~1.3%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반께 금리가 연 1.186%까지 하락했습니다. 지난 주말 전해진 OPEC+ 합의로 더 많은 원유가 공급될 것이란 소식(OPEC+ 8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추가 감산 완화+사우디 러시아 등 생산기준 하루 160만 배럴 상향)에 유가까지 7~8% 폭락하며 장을 끌어내렸습니다. WTI는 배럴당 66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쳐 지난해 9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한때 946포인트까지 미끄러졌다가 장 막판에 일부 저가 매수세가 들어와 725.81포인트(2.04%)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하락 폭은 2020년 10월 이후 최악입니다. 또 S&P 500지수는 1.59%, 나스닥은 1.06% 내렸습니다. 다만 S&P 500 지수는 온종일 50일 이동평균선(4228.67)을 테스트하다가 4258.49로 마감, 이를 지켜냈습니다.

변동성 지수(VIX)는 한때 24.8까지 치솟았다가 지난주 금요일보다 21.9% 오른 22.5로 마감됐습니다.

이날 대량 매도세가 발생한 원인은 네 가지 정도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① 델타 변이 확산 → 경기 회복 지연?

이날 S&P 500 지수의 11개 업종은 모두 폭락했습니다. 경기민감주인 에너지주가 3.59% 급락해 가장 많이 떨어졌고 금융, 소재, 산업 관련주도 2% 이상 떨어졌습니다. 경제 재개 관련주인 델타항공(-3.74%), 아메리칸항공(-4.14%) 등 항공주와 카니발(-.574%) 등 크루즈 종목이 3% 이상 크게 하락했습니다. 보잉 5%, 제너럴모터스(GM)과 캐터필러는 2% 이상 떨어졌고 애플, 알파벳도 2% 넘게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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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평가 기술주 중심의 아크이노베이션펀드(ARKK)는 0.64% 상승했습니다. 펠로톤(7.14%) 텔라닥(3.13%) 엔비디아(3.41%) 등 재택 관련주들이 상승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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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신규 감염자는 지난 17일 5만 명을 넘기도 했으며, 7일 이동평균으로도 3만 명 선을 넘었습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확진자 증가, 백신 접종 속도의 둔화, 델타 변이의 확산 등으로 사태가 계속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창업자는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라며 "S&P 500 지수가 5%가량 조정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장은 통상 입원율이 아니라, 감염자 수에 집중해왔고 이는 공포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대 8200만 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항체가 없는 만큼 델타 변이가 (투자자들을) 물지는 않더라도 시끄럽게 짖어대며 투자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도쿄올림픽에서 코코 가우프(테니스) 등 미국의 스타플레이어 가운데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경기 참가가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진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이었습니다.

② 스태그플레이션 ? 디플레이션?

미국 경기는 지난 2분기 연율 9~1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3분기에는 7%대 성장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도 마찬가지입니다. 2분기에 66% 성장한 뒤 3분기에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피크 에브리씽'(peak everything) 현상입니다. 경제가 정상화되는 것이긴 하지만, 각종 지표가 정점에서 떨어지는 상황은 투자심리에 좋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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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16일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중요한 경제지표인 6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6% 늘어나 시장 예상(0.4%)이나 전달(-1.7%)보다 좋았습니다. 하지만 소비 선행지표 중 하나인 7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80.8로 전월 확정치인 85.5보다 하락했습니다. 특히 향후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4.8%로, 전월 4.2%보다 상승해 소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소비도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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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 등 긴축을 예고하면서 경기는 꺾이는 데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Fed가 단기에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걸 방치하다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서 경기 사이클을 불황으로 떨어뜨릴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입니다. 우드는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구조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가도 신재생에너지 확산으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디플레이션 진영에서는 기술 발전 외에 고령화되는 세계 인구 구조, 엄청나게 불어난 부채(빚이 많으면 이자를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가 구조적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③ 고조되는 미·중 갈등

백악관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 이메일 해킹을 비롯한 각종 사이버 공격을 중국의 소행으로 드러났다며 강공을 퍼부었습니다. 올해 초 MS 이메일 서버 14만 개 등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 해커를 지목한 것입니다. 미 법무부는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해커 4명을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도 이에 동참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중국 공격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상대로 위험 경보를 내렸고 13일에는 중국 정부의 신장지역 인권유린과 관련된 거래에서 손을 떼라는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거대한 거짓말)"이라며 "해커가 보호되고 있다는 건 중국 시스템에서 가능하지 않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제재할 경우 중국은 보복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월가는 올해 말께 (중국 경제가 정상화됐는데도) 중국이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미국 제품 구매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양국의 갈등이 크게 고조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④ 너무 높은 주식 밸류에이션

기본적으로는 너무 높은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S&P 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22배가 넘었습니다. 통상적인 16~18배를 훨씬 넘는 수준입니다. 모든 주식이 비싸지다 보니 최근 몇 개월간 주도주 없는 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날 2% 안팎의 하락으로 PER는 21배 후반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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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이날 증시는 시장이 펀더멘털(델타 변이)과 기술적 요인(밸류에이션)을 동시에 고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잘 보여줬다. 여기에 (Fed의) 정책 실수까지 더해진다면 상황은 엄청나게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말부터 10% 이상 조정을 예고해온 곳입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투자 메모에서 "시장 폭은 몇 달 동안 악화하였으며 이는 경기 사이클이 초기에서 중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우리 주장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일반적으로 이는 상당 폭(10-20%)의 지수 조정으로 마무리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 매수를 권고했습니다.

강세장 두 번째 해에는 큰 폭의 조정이 반드시 발생했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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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기다리던 조정이 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정은 '조정'일 뿐 '하락장 전환'은 아니라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델타 변이? 백신 맞으면 괜찮다

델타 변이 확산은 이날 조정을 부른 가장 큰 원인입니다. 실제 미국의 감염자는 크게 늘고 있지요. 그러나 입원율과 사망률은 그리 높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입원환자와 사망환자의 90%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화이자 백신은 여전히 델타 변이에도 96% 예방률을 보입니다. 걸릴 수는 있지만, 걸려도 입원할 정도로 아프거나 사망할 확률은 매우 매우 낮습니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은 강력한 봉쇄 정책에 대한 쿠션이 될 것이다. 소비는 여전히 탄탄하며 영국 사례를 보면 델타 변이의 확산에 대한 경제적 대응은 (지나치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간도 "델타 변이가 주요 위험이기는 하지만 감염자와 입원율 간의 상관관계가 약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델타 변이 관련 공포가 점점 사그라들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계속되면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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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미국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경제를 봉쇄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라며 "백신이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봉쇄가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신을 맞지 않고 버티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정치적 이유 때문입니다.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 가운데 정부가 백신을 통해 마이크로칩을 심는다고 믿는 사람도 절반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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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국 경제 성장은 이어진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4%에 나온 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중고차 가격, 여행숙박비 등이 6월처럼 매달 10% 오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중고차 가격이 너무 치솟자 벌써 수요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2분기에 성장률이 정점을 찍겠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여전히 앞으로 몇 년간은 성장률이 추세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게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고, 펀더멘털 면에서 이날 증시가 폭락할 절도로 많이 바뀐 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의 말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크레이머는 이날 방송에서 "당신은 갑자기 시장 하락을 발견하고 그 원인으로 델타 변이를 비난하는 주식전문가들을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던 악재인데 갑작스럽게 악재로 부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시장이 이런 부정적 투자심리로 인해 3~5% 수준의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일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당분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장기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델타 변이 우려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금 시장에는 너무 많은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것이 주식 시장 강세장의 종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크레이머는 또 10년물 금리가 1.2%로 떨어진 건 배당주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월가의 시각이 맞다면 문제는 ‘여기서 살 것이냐, 아니면 기다릴 것이냐’ 입니다. 올 들어 시장은 5% 조정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5% 내릴라 치면 저가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이번에도 그럴까요?

월가 관계자는 "델타 변이는 세계 경제 회복은 지연시킬 수 있지만, 미국 경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은 테이퍼링을 걱정하고 있지만 만약 증시가 10% 이상 조정을 받으면서 흔들린다면 Fed는 테이퍼링 일정을 미룰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