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가전기업 신일전자는 1959년 소형 모터 제조사로 시작했다. 우수한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선풍기 보급에 앞장선 대표 기업이다. 신일은 최근 계절가전을 넘어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이며 종합가전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신일은 최근 ‘에코 음식물 처리기’(사진)를 선보이며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굴했다.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골칫거리다. 각종 음식물이 뒤섞인 알 수 없는 형태와 코끝을 찌르는 냄새는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여름철 실내에 하루만 방치해도 벌레와 악취가 발생한다. 신일의 음식물 처리기는 코로나19 이후 집밥 문화가 대세인 점을 겨냥해 위생적인 주방공간을 만들 수 있는 이색 주방가전이다.

○고온건조 분쇄 방식

신일의 에코 음식물 처리기는 ‘고온건조 맷돌 분쇄 방식’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하고, 분쇄한 뒤 열을 식혀준다. 이 과정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는 가루 형태의 잔여물로 남게 되며 부피가 10분의 1로 감소한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가 89% 감량되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유해 세균도 99.9% 제거해 위생은 물론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이번 신제품은 신일만의 제습 방식을 채택해 내구성과 냄새 저감 기술을 강화했다. 고온 건조 때 발생하는 습기를 최소화해 필터 수명을 대폭 향상시키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냄새를 최소화했다.

흡착성이 강한 대용량 활성 필터는 마지막 냄새까지 효과적으로 걸러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활성탄 필터를 통해 응축된 수증기의 배출이 필요할 경우 자동 알람 기능으로 배수 시기를 안내하고, 배수 밸브가 자동으로 열리며 물받이로 배출된다.

건조통 용량은 3L로 최대 1.5㎏의 음식물 쓰레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별도 보관 기능도 갖춰 장기간 보관해도 부패와 냄새 걱정이 없다”며 “처리 후 흙과 같이 건조된 음식물 쓰레기는 악취나 물기가 없어 모아 두었다가 음식물 쓰레기로 분리해 버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용 후 건조통은 손 세척이 아닌 원터치 세척 기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씻어 낼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건조 모드 기준으로 속삭이는 소리보다 작은 소리(28.9㏈)의 저소음을 구현해 조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별도로 전문적인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전원선을 꽂을 수 있는 주방과 다용도실 등 어느 공간에든 놓고 사용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 부피 최대 89% 감량

음식물 쓰레기는 폐수와 악취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많은 비용도 발생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에 따르면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2019년 기준 1만5903t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t당 15만원을 넘는다. 연간 500만t을 처리한다면 8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일은 가정에서 쉽게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것에 주목해 음식물 처리기를 출시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집밥과 배달음식으로 가정 내 음식물 쓰레기가 점차 늘어나는 것도 출시를 서두른 배경이다. 이번 신제품은 음식물 쓰레기 부피를 최대 89%까지 감량해 준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은 쓰레기 처리 비용은 물론 에너지 절약 등에 효과가 있어 환경보호에도 효과적이다.

신일은 환경 경영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초절전 기능 및 높은 에너지효율을 보유한 계절가전 제품의 판매 금액 일부를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했다. 정윤석 신일 대표이사는 “먹는 것에 신경 쓰는 것만큼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애프터 다이닝도 개념있게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음식물처리기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