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총리 수사해야"…총리 번호 포함된 파키스탄도 우려
인도 정부 "불법 감시 불가능…인도 민주주의 비방 시도"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감시 폭로에 印정부 국내외서 집중포화
각국 정부가 스파이웨어를 활용해 언론인과 정치인 등을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인도 정부가 국내 야권과 '앙숙' 파키스탄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화번호 목록에 인도 야권 대표 정치인인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와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정보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NSO그룹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이용한 감시 시도 대상 전화번호 5만여개 가운데 1천여개가 정치인, 언론인, 사회운동가, 외교관 등 인도 관련 인사의 번호였다.

이 중에는 간디 전 총재를 비롯해 아스코크 라바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선거 전략가 프라샨트 키쇼르, 야당 인사 아비셰크 바네르지 등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앞서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18일 국제사면위원회, 프랑스 비영리단체 '포비든 스토리즈'와 함께 페가수스와 관련한 전화번호를 입수해 각국 정부의 해킹 실태를 폭로했다.

각국이 정부 고객에게만 판매되는 페가수스를 활용해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기업인 등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사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멕시코를 비롯해 중동, 유럽은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 전화번호까지 두루 포함됐다.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감시 폭로에 印정부 국내외서 집중포화
스파이웨어는 '스파이'와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 휴대전화 이용자가 '함정 링크'를 클릭하면 이들의 중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이번에 유출된 전화번호는 페가수스 '고객'들이 감시 대상으로 선정한 목록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중 얼마가 실제로 해킹을 당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 야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간디 전 총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국민회의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을 해임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역할에 대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샤 장관은 정권의 '2인자'로 불리며 힌두 민족주의 등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감시 폭로에 印정부 국내외서 집중포화
칸 총리의 전화번호가 리스트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파키스탄 정부 측도 발끈했다.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정보·방송부 장관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인도 정부가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언론인, 반대파 세력, 정치인 등을 염탐했다는 보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정부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아슈위니 바이슈노 인도 신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전날 "법과 제도의 견제와 균형 장치 때문에 인도에서는 어떤 형태의 불법 감시도 불가능하다"며 "페가수스 소프트웨어 관련 보도는 인도의 민주주의를 비방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바이슈노 장관도 이번 해킹 대상 명단에 오른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연합뉴스